제조업 생산능력 사상 첫 감소… 고꾸라지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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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18 산업활동동향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
기업들 공장 해외이전 가속
국내 설비 증설 중단 주원인

소매판매 중가율 4.2% 최고
소비통해 국내경기 겨우 지탱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2018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은 우리나라 경기 관련 지표가 수십 년 만에 처음일 만큼 심각하게 나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경제의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97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능력(2015년=100)은 지난해(잠정치) 102.8을 기록,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1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사업체가 설비, 노동력, 사내 지정 조업 시간 및 일수, 설비 효율 등 주어진 조건하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뜻한다. ‘적정 생산능력’이라고도 불린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업이 해외에서 공장을 짓고, 국내에서는 설비를 증설하지 않으면서 제조업 생산능력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경기 관련 지표도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를 기록,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4.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9.6%) 이후 9년 만에 가장 나빴다. 건설 기성(-5.1%), 건설 수주(-4.5%)도 2011년과 2013년 이후 각각 최악이었다.

지난해 국내 경기를 이끈 것은 소비였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4.2%를 기록, 2011년(4.6%)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과 일자리 안정자금, 단기 공공일자리 확대를 위한 재정 자금 등 정부 지출이 늘면서 소비가 그나마 국내 경기를 외롭게 지탱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가 하강할 게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6∼12월 경기동행지수 및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전월과의 격차)가 동시에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71년 7월∼1972년 2월(8개월) 이후 46년여 만에 처음이다. 2018년 4∼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9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9월∼1998년 8월(12개월간) 이후 20여 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설비를 증설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제조업 생산능력이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줄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 규제 개혁 등 기업이 국내에서 공장을 더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만 공장을 늘리고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설비를 증설하지 않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기업이 국내에서 공장을 지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저(低)소득층 소득도 늘 텐데 현실성이 없는 소득주도 성장을 아직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