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 줄었다는데… 의사회 “몰래 수술 많아”

낙태 찬반논란 재점화

정부가 14일 7년 만에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를 발표하면서 낙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반적으로 낙태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여성단체와 진보단체는 물론, 의료계는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은 개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종교계와 학부모단체 등에선 ‘생명경시 풍조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낙태 폐지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낙태실태조사는 지난 2005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복지부는 2005년과 2011년 조사에서 연간 추정 건수를 각각 34만2000여 건과 16만8000여 건으로 발표해 낙태 수술이 줄고 있다고 해석했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5년 기준으로 정부 발표보다 3배 많은 100만 건이 넘는다고 추정한 바 있다.

문제는 현행법률상 낙태가 불법이어서 음성적인 형태가 많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270조는 ‘의사·한의사·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보고 수술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포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 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했고, 결국 복지부는 헌재 결정 시까지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처벌을 강화하는 정책만 펼 경우 임신중절 음성화, 불법시술 양산,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및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는 시대에 맞지 않는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고,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사회·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