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피해자’였던 성창호… 김경수 구속뒤 ‘공모자’로

檢 추가기소에 거센 후폭풍

“부당지시 받아 정보유출 해”
임종헌 공소장에 적시해놓고
4개월만에“비밀누설”말바꿔

법조계“김경수 구속하자 보복
檢 스스로 정치수사 자인한꼴”

“성창호 부장판사 기소로 검찰의 사법부 수사는 대의명분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직권남용 피해자로 기재됐던 성 부장판사가 공모자로 바뀐 사이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되자 6일 법원에서는 “검찰 스스로 사법부 수사가 ‘정치적 수사’였음을 입증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전날 전·현직 고위 법관 10명을 추가 기소하며 성 부장판사와 함께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영장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공모)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한 법원장은 “성 부장을 재판에 넘긴 건 명백한 보복 기소, 끼워 맞추기 기소”라고 일갈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지사를 ‘댓글 조작’ 혐의로 법정 구속한 이후 여당으로부터 총공격을 받고 있다. 검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기소 시점이나 내용 등을 따져보면 “정권에 발을 맞춘 보복성 기소로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임 전 차장의 1차 기소(2018년 11월) 당시 공소장에 따르면 ‘성창호-조의연-신광렬’ 판사 등 3명은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피해자’로 기재돼 있다. 임 전 차장의 위법·부당한 지시를 받은 3명이 의무 없는 영장 정보 유출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당시 검찰 논리였다. 그런데 성 판사 등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영장 정보 등을 법원행정처에 넘긴 범죄행위 ‘공모자’로 적시했다. 고위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4개월여 만에 피해자를 돌연 가해자로 둔갑시키기 위해 새로운 혐의를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 판사 등이 비밀누설 혐의자라면, 1차 기소 당시 임 전 차장에 대해 영장 정보를 유출하게 시킨, 공무상 비밀누설 교사범으로서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던 점이 의문스럽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부분은 임 전 차장 1차 기소 이후 검찰 수사로 추가되거나 변경된 사정이 없이 당시 이미 다 드러나 있던 내용이었는데, 이제 와서 성 판사 등을 추가 기소한다는 것은 김 지사 판결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성 판사 등이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사자 등 법원 외부인에게 누설한 게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 정보 공유를 한 것에 불과한 만큼, 비밀 누설로 처벌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성 판사를 겨냥하려고 조의연 판사까지 끌고 들어간 그림이 읽힌다”면서 “대법원이 법원 정기 인사에서 조 판사를 수석부장으로 앉혔다는 건 검찰 수사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건데, 정말 의외의 억지 기소가 이뤄졌다”고 일갈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