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근혜’ 되는데 ‘문재인’은 안돼?… 게임방 명칭 금지어

‘배틀넷’ 게임방명칭 금지어 논란
구글도 검색어 목록 차별 의혹

최근 정부가 음란물이나 도박, 불법복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나 구글 등이 자체적으로 정한 금지어를 놓고 정치색 논란에 휘말렸다. 특정 인종이나 종교·성별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아닌 단순 정치적 발언까지 일일이 규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인기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온라인 대전장인 ‘배틀넷’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으로 방을 만들지 못했다. 배틀넷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게임 방을 생성할 때 해당 게임 방의 제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방 제목으로 문 대통령,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각각 설정해 입력하면 “게임 이름이 유효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등록이 안 되는 사실을 이용자들이 확인하면서 과도한 금지어 규제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게임이나 채팅 프로그램은 대부분 개발사가 마련한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정치, 이념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이 금지어로 지정되고 사용이 차단된다.

반면 박근혜·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 이름은 금지어 목록에서 빠져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이에 “특정 성향의 정치인 이름만 골라서 사용을 차단하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6일 “테스트 과정에서 실무 담당자의 단순 착오로 문재인 대통령 등 일부 단어가 금지어 목록에서 해제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이라며 “정치적인 외압과는 상관없는 문제로 현재는 논란이 된 단어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구글 역시 금지어 차단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의 인기 검색어 목록을 볼 수 있는 페이지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부 단어에 대해서는 지역별 관심도 등 구체적 트렌드 통계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 구글 측은 “단어 검색량이 적어서 통계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측 해명과 달리 다른 포털사이트 검색어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된 해당 단어의 검색 유입량은 두 전직 대통령들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관계자는 “다른 포털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희권·서종민·전세원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