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금감원장 위의 전직 靑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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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권에 금융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임원으로 내려와 논란이 많다’는 질문을 받았다.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캠프를 출입하다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4급 행정관으로 직행하고, 불과 1년 8개월 근무한 뒤 올해 초 3급을 달며 퇴사해 30대의 나이에 민간 금융지주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한정원 메리츠금융지주 상무 등을 두고 한 질문이었다. 윤 원장은 “우리도 이 부분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이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녹음이 되는 브리핑 단상에서 내려온 윤 원장은 일부 기자에게 “솔직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부정적이다”라고 톤을 높였다. 양식 있는 교수 출신으로서 대답을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한 언론사가 이 발언을 가감 없이 보도하자 금감원은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전직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음을 알려드리니 보도에 신중해 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루 뒤 해당 매체가 사설로도 전직 청와대 행정관들의 낙하산 문제를 거론하자 금감원은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또 배포했다. 거짓이다. 발언을 들은 기자가 여럿이다. 금감원이야말로 그 발언이 녹음되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보도 확산을 막은 셈이다. 과거 기자단과 정부 기관 간의 관계였다면 공보라인이 교체됐을 만한 일인데도 금감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뒷배가 누구길래, 금감원장이 절절매고 금감원은 거짓 해명을 하는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큰 경력이길래 유명 금융사가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수억 원의 연봉·성과급과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가. 불과 얼마 전 금감원은 실적 좋은 대형 은행의 사외이사들을 만나 은행장의 연임을 막을 정도의 힘과 적극성을 보인 바 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자는 문제의 전직 행정관을 개인적으로 모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최고위 공직자의 조카라는 점은 확인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림이 잘 맞지 않는다. 첫 직장과 청와대로 옮기기 직전의 두 번째 직장의 동료들, 그리고 기자 시절 담당했던 일부 출입처의 관계자들로부터 좋지 않은 얘기를 들은 바 있지만,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선입견을 지닐 이유도 없다. 한 상무의 구직에 대해 청와대는 “개인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금융지주 측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룹의 브랜드를 관리할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본지 취재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기존 홍보팀을 지휘하는 권한도 없다”는 점도 밝혔다. 즉, 그룹의 브랜드를 책임지는 중책을 금융 경력이나 광고 경력이 없는 한 상무 1인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정권이 바뀌고 또다시 검찰이 나서야 확인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m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