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망언’에…뉴질랜드, 외교장관 터키 파견

“1차대전 때처럼 터키 공격하면
할아버지들처럼 관에 담길것”
‘갈리폴리戰’언급에 항의 방침
‘뉴질랜드 테러’외교갈등 비화

뉴질랜드와 호주 정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된 종교 차별성 망언과 관련해 ‘터키 여행주의보’로 대응하면서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외교부는 오는 4월 25일 터키 차나칼레에서 열리는 ‘갈리폴리 전투’ 추모 행사에 방문하려는 자국민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대통령도 수도 캔버라 주재 터키 대사를 초치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갈리폴리 전투’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윈스턴 피터스 외교장관을 터키에 보내 자국 테러를 지방선거에 활용하며 갈리폴리 전투와 관련된 발언을 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항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자국 주재 터키 대사를 초치해 해당 문제에 항의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뉴질랜드 정부를 향해 “사형제를 부활시켜라”고 주장하는 등 내정간섭까지 벌이자 외교장관 파견 항의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령된 터키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터키와 호주·뉴질랜드 간의 외교 갈등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이슬람 사원에서 5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총기난사 사건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며 촉발됐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19일 유세에서 1915년 1차 대전 당시 오스만제국(터키)이 호주·뉴질랜드군이 포함된 연합군을 물리친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하며 18일 유세현장에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장거리 파병을 한 유일한 동기는 우리가 무슬림이고 그들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희들이 다시 터키를 공격하면 할아버지들처럼 관에 담겨 고국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는 유세 현장에서 7차례에 걸쳐 호주 국적인 테러 용의자가 SNS에 올린 범행 장면 영상을 올리며 이슬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