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稅 쓴 마산로봇랜드, 놀이동산 전락 ‘우려’

국비·지방비 등 3660억 투입
2021년까지 3340억 추가투자

퓨처로봇관 등 90% 조성 불구
R&D 센터 입주 신청 4곳 뿐

로봇산업 이원화 컨트롤 실패
사업 시너지효과 발휘 힘들듯

국내 로봇산업을 견인하기 위해 오는 7월 개장하는 경남 마산로봇랜드가 ‘놀이동산’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봇산업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한 국책사업으로 수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중추기능인 로봇 연구·개발을 수행할 입주기업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경남도에 따르면 마산로봇랜드는 전문기업을 유치해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과 기술을 검증해주는 테스트 베드 기능과 함께 체험·놀이시설을 건립해 로봇 저변 확대를 목표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조성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90%. 1단계 사업비는 개장 시점까지 국비와 지방비 2660억 원, 민간자본 1000억 원 등 3660억 원이고, 2단계는 2021년까지 호텔·콘도 등 민간자본 3340억 원이다.

핵심시설인 로봇시험연구 및 기술보급·인력양성을 하는 R&D센터(3개 동·연면적 9446㎡)와 로봇전문 컨벤션센터, 퓨처로봇관, 로봇센터, 로봇토피아관 등이 건립돼 마무리 작업 중이고 놀이시설인 테마파크에도 ‘썬더볼트 코스터’ 등 22개 어트랙션(놀이기구)이 설치 중이다.

하지만 개장을 4개월 앞둔 현재 R&D센터에 입주의향서를 낸 업체는 4개에 불과하다. 도는 연구소·기업체 20곳 유치를 목표로 기업체들과 접촉 중이지만 로봇랜드가 도심과 차량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해 입주 희망 기업을 찾기 어렵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경남도가 로봇랜드재단이 로봇랜드와 연계해 추진한 1280억 원 규모의 로봇비즈니스벨트 국책사업을 2014년 경남테크노파크(경남TP)로 이관하는 등 ‘로봇랜드 조성사업’과 ‘로봇산업육성’을 이원화한 데서 비롯됐다. 경남TP는 800억 원 규모의 기업 로봇 R&D 지원사업을 로봇랜드와 별개로 추진해 로봇랜드 입장에선 R&D 지원이라는 강력한 유인책 카드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TP는 111억 원 규모의 시험장비를 갖춘 ‘제조로봇기술지원센터’를 마산합포구 진북면에 건립해 이 역시 로봇랜드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관계자는 “로봇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산업을 견인할 R&D 기업의 입주”라며 “하지만 아직 개장 전이라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는데 개장 후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