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평양의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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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한반도에서 ‘혁명’은 북한 혹은 좌파의 전유물이었다. 과거 북한은 남한 정부를 타도와 전복의 대상으로 삼았고, 핵 협상 테이블이 차려진 지금도 혁명 정국을 외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7일 제2차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혁명 정세는 북한에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주관적, 객관적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혁명의 칼날은 북한을 향하고 있다.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인터넷에는 북한 체제 전복에 대한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발단은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사건. 지난 2월 22일 오후 3시쯤 한국계 복면 남성 10명이 마드리드 북서쪽 칼레 다리오 아파르시아 43번지 건물에 침입했다. 직원들을 결박한 침입자들은 두 시간 정도 머물며 컴퓨터 자료를 훔쳐 달아났다. 스페인 국가정보국(CNI)이 수사에 나섰지만 왜, 누가, 무슨 이유로 침입했는지 오리무중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기획설, 북한 반체제단체 천리마민방위(현 자유조선) 행동설, 북한 내부 권력투쟁설 등 소문만 무성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천리마민방위에서 침입했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거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CIA가 움직였다면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이는 자료 확보 목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공작에 나섰을 때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베일에 싸인 천리마민방위가 나섰다면 북한 반체제 활동이 조직화 단계임을 말해준다. 대사관 침입은 자금과 정보, 조직력 그리고 무엇보다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탈북민 출신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글쎄, 탈북민 사회에선 천리마민방위는 아직 특별한 활동이 없는데, 북한 해방 혁명운동의 싹이 튼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매체인 월드넷데일리(WND)는 “마스크를 쓴 전사들은 김정은을 권좌에서 몰아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역사의 회랑(回廊)에 기대서 보면 한 시대의 끝과 시작이 불분명해 보일 수 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종종 오판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사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자연적 과정이 아닌 의지적 관여와, 또 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수한 사건의 연속으로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친북 활동가들은 외면하고 싶어도, 귓전에 다가오는 북한 해방 혁명의 목소리는 미래에 있을 변화의 맹아가 자리를 틀었음을 의미한다. 때론 뒷걸음질처럼 보여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를 젓는 것과 같다. 25일 유튜브에서 18만1725회가 조회된 천리마민방위의 ‘자유 조선을 위한 선언문’ 끝자락을 옮겨본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막대한 범죄를 저지른 북의 권력을 몰아내자. 야만적 체제를 무너뜨리자.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의 동지들이여! 새 조선을 위한 혁명에 동참하라! 역사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