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최저임금·비정규직·근로시간 정책 약효 다 됐다”

- ‘한국경제 어디로’ 정책토론회

“2020년 시급 1만원은 ‘과속’
취약 근로자 고용감소 초래”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만 편중
임금·직무체계 등도 제각각”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2년간 고용노동 핵심 정책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이제 약효가 다 됐거나 길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했다. 또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가 예산이나 법으로만 하지 말고 노사가 앞장서고 정부가 강력히 지원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와 경기연구원이 주최한 ‘2019년 한국경제 어디로?’ 주제의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최영기(전 한국노동연구원장)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평가와 노동개혁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과속(2년 연속 16.4%, 10.9% 인상)으로 취약근로자들의 고용감소와 이로 인한 분배지표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최저임금 인상 결정구조개편이 아니라 내년도 적정 인상률에 대한 경제 분석과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영향을 받은 사업장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저임금 취약업종의 생산성 향상 없이는 폐업과 고용감소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인력 편중과 노동시장 왜곡이 더욱 심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지난해 이미 20만 명, 85%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돼 마무리 단계”라며 “그러나 이들의 임금과 직무체계는 기관별 노사협상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장기간 지속할 갈등의 불씨가 잠복해 있고 민간부문 비정규직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서 결국 이미 과보호되고 있는 공공부문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가 ‘복지 수준·조세부담률·국가채무의 재정 등 ‘재정 트릴레마(Fiscal Trilemma)’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재정 트릴레마는 높은 복지 수준과 낮은 조세부담률, 그리고 낮은 국가채무 비율을 동시에 만족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보조금 제도 개혁 및 효율적 재정지출 체제로의 개혁 없이는 높은 조세 부담은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확대와 같은 쉬운 정책만을 쓰기보다는 어려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