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1주 뒤 韓美회담, 동맹의 변곡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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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前 외교부 차관

미국의 文정부 불신 3大 이유는
김정은 전략적 결단, 종전선언
금강산·개성 재개 둘러싼 이견

비핵화 ‘최종 상태’ 합의한 뒤
신속한 이행과 검증에 집중해야
잘못되면 제2 하노이회담 우려

한·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뒤로 다가왔다. 두 정상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것은 잘된 일이다. 남북이 만나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순서가 맞는다. 과거 핵 협상에서도 북한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만 우리를 존중했다.

그런데 최근 한·미 공조에 적신호가 켜진 것 같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남·북 모두 거짓말쟁이(liar)라고 했다는 미국 관리의 발언이나, 청와대가 한·미 간 협의에서 나오지 않은 말을 부풀려 발표해 불신이 크다고 한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장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들을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발언들에 대한 미측의 해명이 없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사실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라왔다.

첫째는 김정은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한국 정부가 보증을 선 것이다. 북핵(北核) 역사를 알고 있는 미국 관리들은 김정은이 그러한 결단을 내렸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한국 정부 특사단이 백악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미국 관리들의 모습이 하나도 안 보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이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처음 소식을 전한 한국에 대한 원망이 나오게 됐다. 미국 스스로도 여러 차례 북한과 만난 만큼 한국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맞지 않지만, 한·미 간 불신은 해소해야 한다.

둘째, 지난해 가을 무렵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불신이 높아졌다. 한국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하고 있다고 미국에 강조했지만, 북한은 비핵화의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종전선언의 가치를 그렇게까지 높게 보지 않았다. 결국, 북한이 10월 2일 종전선언은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먹을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라고 상황을 정리했고, 한국의 신뢰는 상처를 입었다.

셋째, 하노이 회담에 앞서 한국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라고 했지만, 막상 들어 보니 북한은 제재 해제에 올인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에는 한국의 조언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생각을 더하게 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였다. 아마 미 정부 내에서는 대북정책에서 한·미가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2년간 대북 정책 공조를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결정할 변곡점 같은 회담이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지만, 2월 말 하노이에서 봤듯이 트럼프식 톱다운 외교에서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한·미 간 외교장관 회담, 국방장관 회담, 안보실 2차장의 방미를 통해 정상회담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 어떠한 입장을 갖고 가는지에 달렸다. 북핵 위협의 최일선에 서 있는 우리가 미국과 북한 중간에 서서 심판 역할을 하려는 것은 옳지도 않고 이번 회담도 실패로 만드는 길이다.

우리 목표는 북핵 위협을 조속히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돼야 한다. 하노이에서 미국이 북한에 전했다는 문서에는 북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것도 포함되는 게 당연하다.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를 기초로 빠른 속도의 이행 시간표와 철저한 검증을 확보하고 초기 단계에서 영변 밖의 농축시설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이처럼 속도감 있는 협상이 되지 않으면 북한에 핵 무력 증강의 시간만 벌어주거나, 미국이 북한의 미 본토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 옵션을 검토할 위험성을 키워 주게 된다.

이번 주 들어 북한은 선전 매체들을 모두 동원해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이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방증이다. 문 정부는 북핵은 우리 문제라는 분명한 입장으로 한·미 간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 이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섣부른 중재역을 자처하거나 남북 경협에 조바심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제2 하노이 회담이 될 위험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