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강제징용재판 때 외교부와 의견교환을 ‘재판거래’로 보는 건 무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성호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미군 용산기지를 가리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대해…

美·英 등선 민감한 국제사안 판결때 ‘외교부=법정 조언자’ 제도화”

제성호 교수는 현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법학자인데, 주로 북한 및 한·미 간 문제로 대화를 나눈 것 같아 마지막 질문은 사법부와 검찰의 현안으로 돌렸다.

―검찰이 8개월 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해서 직전 대법원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명의 전 대법관도 불구속기소 했다. 그 와중에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임명되고 있다. 사법부 현안과 검찰 개혁 등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나.

“글쎄, 다른 것은 얘기하기가 그렇고, 재판거래라고 하면서 대법원장까지 구속했는데, 만약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것이 있다면 그건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 내가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한 문제는 외교에 관한 일이다. 강제동원 관련 재판에서 법원행정처장이 외교부와 한 접촉을 두고 재판거래라고 하는데 나는 이게 약간 어색하다. 국제관례에 봐도 선진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 외국 사례, 국제적 관행과도 맞지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는 외교에 관한 사항은 대외교섭부서인 정부, 즉 외교부에 전문성을 부여한다. 사법부가 재판을 통해 사법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을 경우 국제 문제는 파급력이 커서 외교에 대한 것은 행정부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미권에서는 국무부·외교부에 ‘법정 조언자(amicus curiae)’ 기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와 법원 간에 협의 채널이 아예 있고 요청이 오면 의견서가 간다. 100% 그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존중한다. 그런 채널이 우리는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접촉이 있는 것에 대해 덮어놓고 재판거래라고 한다. 적절치 않은 용어다. 법원과 정부 간에 외교적 사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는 게 정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나 행정부, 심지어 사법부까지 반일감정 여론에 편승해 오히려 재판을 이용하는 것 같다.

“현 정부 들어 한·일 관계를 상당히 헝클어지게 했다. 강제징용 재판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결국 대일외교 한가운데에 대법원이 불을 지른 격이 됐다. 결국, 이런 싸움은 국제사회에서 제3자가 재판하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다. 그런데 강제동원에 관한 위자료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됐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는 그렇다고 했지만 이제 와서 대법원이 뒤집었다. 청구권협정에 따르면 한·일 간 협의가 안 되면 결국 국제중재위원회로 가게 된다. 그동안 이뤄온 한·일 관계를 파기하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으로 밀고 들어가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북핵 공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해결책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을 일본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청구권협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한일협정에 따르면 이 경우 국제중재위원회로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재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협정에 따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 판결도 무시하지 않으면서, 일본 입장도 배려하고 피해보상도 받는 방향으로. 정부와 청구권협정 자금으로 도움을 받은 기업들이 참여해서 기금을 출연하는 노력을 통해 해결을 봐야 한다고 본다.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과 비슷한데, 사실 이것도 문재인 정부가 깨버렸지만, 새로운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서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 상황처럼 ‘나 몰라’라고 하면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핵,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지렛대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일본인데, 일본과 한국의 집권세력이 한·일 관계 악화를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제 잔재 청산’을 언급한 것도 다른 속셈이 있어 보인다.

“그런 느낌이 있다. 지금 한국에서 누가 친일파인가. 물론 독도 문제나 일본 제국주의 노선을 미화하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국민 대부분과는 관련 없는 얘기다. 이런 논쟁은 결국 국민을 양분화시킨다. 지지세력의 인기를 얻기 위해 퇴행적인 정치를 하는 것이다. 광복 74주년인데, 이제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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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서울 출생 △경희초, 장안중, 보성고, 서울대 법대 △육군사관학교 법학과 전임강사, 수원대 법정대학 조교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법원행정처 특수사법 제도연구위원회 연구자문위원, MBC 객원해설위원 △한반도포럼 회장, 대한국제법학회 부회장 △중앙대 법대 교수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상임대표 △통일부·외교통상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외교통상부 인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