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코드 인사가 낳은 잇단 ‘외교 실수·국가 망신’

주요 보직에 非전문가 임명
무기력 직원들 긴장감 없어

잇따른 외교 결례와 의전 실책에 더해 재외공관장 인사 잡음까지 불거지면서 외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내부기강 해이를 넘어 주요 특임공관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 청와대의 ‘외교부 패싱’에 따른 일선 외교관들의 의욕 저하, 강경화 장관의 업무 효율화 추진 이후 급속히 약화된 긴장도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외교부의 외교 결례와 의전 실수는 거의 ‘참사’ 수준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 인도네시아어 인사말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로 잘못 표기한 영문 보도자료가 배포된 데 이어 4일에는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게양하는 등 실수가 이어지고 있다. 비(非)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는 최근 중국을 통해 베트남으로 넘어온 탈북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중국으로 강제 추방되는 사태를 빚었다. 박금옥 주노르웨이 대사 내정자는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았음에도 부임하지 않고 자진 사퇴하는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잇따른 실수는 주류인 북미·아시아통을 배제한 ‘코드 인사’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도현 대사는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북미파 외교관들이 대거 징계받은 ‘동맹파 대 자주파’ 사건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북핵 문제 등에서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소외되는 ‘외교부 패싱’이 일상화되면서 현장 외교관들의 자괴감이 커지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을 위한 업무 효율화’를 이유로 느슨한 업무 분위기를 유지해온 강 장관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