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검찰권, ‘기울어진 형사법정’>“공수처는 檢 길들이려는 정치권의 공수표… 사법통제 강화가 해법”

법조계서 말하는 檢개혁 방향

장면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강원도 산불 사고 당일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상에 게시 및 유포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등 7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장면2.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주식투자 의혹’이 불거진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부부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위 두 사례는 “무소불위 검찰을 개혁하자”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정작 검찰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2월부터 17일 현재까지 검찰 문을 두드린 정치권의 고소·고발은 10건을 훌쩍 넘는다. 법조계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을 길들이려는 정치권의 공수표에 불과하다”면서 “검찰을 다시 공익의 대변자로 만들 수 있는 진정한 개혁은 독립성 강화와 법원에 의한 사법 통제뿐”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한 고위직 검사는 정치권의 고소·고발 난타전에 대해 “고발장을 들고 검찰로 넘어오지 못하게 여의도 다리를 폭파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토로했다.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검찰 권한이 더 비대해졌다는 데는 이념과 진영을 떠나 별 이견이 없다. 최근엔 심지어 특정 사건들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여부와 상관없이 진상규명을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진상규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수사하고, 일반 서민들의 민원은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거절하면 이런 불공정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법정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안팎에선 “고조선 시대 곰이 진짜 마늘하고 쑥만 먹고 사람이 됐는지도 진상 규명해 보자”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은 공수처 설치가 아니라, 검찰의 독립성 강화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에서 법관·검사의 인사·징계를 담당하도록 한 프랑스 제도를 벤치마킹해 ‘국가검찰위원회’ 도입 방안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프랑스도 법무부에서 검사 인사를 담당하지만, 최고사법평의회가 인사기록을 별도로 보관하면서 권고적 의견을 내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개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유럽평의회는 47개 회원국에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검찰의 역할’이라는 권고를 통해 검찰의 독립을 강화하는 방안을 규정해놨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