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보다 남학생, 중·하층보다 부유층이 ‘허풍선이’

영어권에서는 북미 지역이 유럽보다 허풍 세

어떤 분야에 대해 실제론 지식이나 경험, 전문성이 없으면서도 잘 아는 것처럼 흰소리하는 이른바 ‘허풍선이’는 여성보다 남성, 경제 계층으론 중·하층보다 부유층에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어권 9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는 캐나다와 미국인들이 유럽 등 기타지역 국민보다 더 허풍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존 제림 등 연구팀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북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등 영어권 9개 지역의 15세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가가 되지 않고도 전문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서술분수(declarative fractions)’ 등 완전히 꾸며낸 거짓 개념 3개를 포함한 16개 수학개념에 관해 묻고 ‘들어본 적 없다’에서부터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까지 5개 등급으로 답하게 했다.

연구결과 9개 전 지역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잘 아는 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학생 간 표준편차 차이가 대부분 지역에서 0.4~0.5 사이여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났다. 사회경제적 계층별로는 가장 부유한 가정의 응답자들이 극빈층 응답자들보다 더 많이 아는 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경우 최하층 25%와 최상층 25% 사이에 0.65까지 차이가 났다. 지역별로는 미국, 캐나다 학생들의 허풍 평균점이 각각 0.25, 0.30으로 다른 지역들에 비해 높게 나왔다. 같은 영어권이지만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이 영국·스코틀랜드 등 유럽보다 허풍쟁이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허풍문화’가 상대적으로 보편화했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문항 자체가 수학개념에 국한된 점 등을 한계점으로 밝혔다. 그러나 연구진은 2012년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자료를 활용, 다른 질문 항목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 허풍선이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과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힘든 과제에 대처하는 인내력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