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블랙홀’ 빠져… 산업구조 재편 ‘실기’

최근 2년 수출 호황기였지만
신수종 발굴 등에 역량 못쏟아
수출지원정책도 약발 기대못해

최근 2년간 수출 호황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각종 수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력 품목의 부진으로 인해 백약이 무효다. 호황기에 적극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외면하고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등 산업계 부담만 늘리는 정책을 쏟아내며 논란만 부추긴 정부가 수출 부진을 대외 여건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출 부진이 대외 여건 악화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기에서도 비롯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2년 사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신수종 사업 발굴이나 주력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개편에 정부가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2016년에 기록한 19개월간의 수출 역성장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침체와 유가급락,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대(對)중국 교역 악화 등 대외 여건 악재가 원인이었으며, 이 같은 악재는 수출에서 상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지난 호황기에 적극적인 변화를 정부가 추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뿐 아니라 최근 공개된 분기 경제성장률 및 산업활동동향의 악화는 근본적으로 국내 산업경쟁력 약화 때문”이라며 “급격한 노동비용의 상승 등은 기업 투자 활력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은 노동비용의 급등을 초래했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정책을 고민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같은 무리한 노동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뛰어다니기 바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꼬리(노동정책)가 몸통(산업정책)을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삼성 반도체의 작업환경 보고서 논란과 급격한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탄력 근로제 문제를 해결하기 바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 완화나 육성, 그리고 주력 산업 구조 개편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가 뒤늦게 수소경제 및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실기했다”는 평가다. 해외 마케팅 지원 확대, 중소 수출기업 지원 집중, 수출기업 애로 해소, 무역금융 지원 등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으론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분야의 규제 완화와 산업 구조 개편, 주력 분야의 전략적 집중지원 등의 중요성을 계속 말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며 “최근 정부가 각종 산업육성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이 수출에 기여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당분간 반도체 등 주력분야의 회복만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