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 환율·금리 전망까지 바꿨다

원·달러환율, 5일간 26.4원↑
“연말까지 원화 약세” 힘얻어

한은‘시기상조’ 언급과 달리
시장선 금리인하 기정사실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금융권의 두 가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 상승 흐름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면서 금융권 전반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한은의 1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 24일부터 30일까지 5거래일 동안 원·달러는 달러당 1141.8원에서 1168.2원으로 26.4원(2.3%) 뛰어올라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중 9원 이상 급등한 날이 3일에 달했다. ‘성장 쇼크’가 환율 시장에 미치는 단기 충격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승은 달러화 가치의 상승이라기보다 한국의 수출 악화와 이에 따른 성장 쇼크로 인한 원화 약세로 보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 달러 강세와 한국의 성장 쇼크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원화 가치가 지난달 주요 국가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30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주요 16개국 통화의 미국 달러 대비 월간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한국 원화는 2.82%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은 상승 흐름이기는 했지만,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연말까지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약세 흐름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로 가면 원화 약세가 진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도 지난주 성장률 발표를 기점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상조론’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투자은행(IB)만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친 바 있으나 점차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앞으로 2분기 경기 반등이 제한되는 경우 금리 인하 논의가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