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담은 아름다움… 하늘위 패션을 주름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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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 변천史

베이지 블라우스 · 다홍색 치마
첫 유니폼, 사회적으로 큰 유행

여행자유화 맞춰 패션도 세계화
여성 사회진출 늘자 도회적으로

글로벌 디자인에 전통미 더하고
신축성있는 소재로 기능성 높여

항공사 객실 승무원 유니폼은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흐름을 반영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은 지난 1969년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번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바꾸며 시대의 유행에 발맞춰 왔다. 대한항공 유니폼은 지난 197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기도 했으며 1980년대에는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유니폼의 격변기(1969~1970년대)=1969년 창립 이후 약 10년 동안 대한항공 유니폼은 7번의 변화를 거치며 발전을 거듭했다. 대한항공은 이 기간에 LA, 중동,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 등에 취항하면서 아시아의 작은 항공사에서 세계적인 항공사로 변모했다. 특히 1970년대는 국내 섬유 산업이 호황이 누리면서 패션의 대중화를 촉진했던 시대로 미니스커트, 핫팬츠, 티셔츠, 청바지, 판탈롱, 통굽 구두 등 여러 패션이 혼합된 상태로 발전해 유행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리기도 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유니폼도 이 같은 패션의 흐름에 맞춰 유행을 골고루 반영한 유니폼들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의 첫 객실 승무원 유니폼(1969년 3월~1970년 2월·사진1)은 베이지색 블라우스에 다홍색 치마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양장 문화의 대가로 불린 송옥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민영화 기업 주식회사 대한항공이 출범하면서 처음 사용된 이 유니폼은 착용 기간은 역대 유니폼 중 가장 짧았지만 사회적으로 큰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이 유니폼을 입은 객실 승무원들은 1969년 10월 대한항공 민영화 이후 가장 먼저 개설한 서울~오사카(大阪)~타이베이(臺北)~홍콩~사이공~방콕 노선에 투입돼 근무했다.

◇유니폼의 글로벌화 시기(1980년대)=1980년대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신규 노선 취항과 더불어 미래 항공시장 동향을 내다보며 미국 화물전용 터미널을 확보하는 등 세계화의 토대를 본격 구축한 시기다. 당시 우리나라도 시장 개방에 따라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들어오는 등 글로벌리즘의 영향으로 패션과 유행의 지구화 시대에 돌입했다.

9기 객실 승무원 유니폼(1986년 4월~1990년 12월·사진2)은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과 여행 자유화로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에 등장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린 역할을 한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유니폼은 대한항공 처음으로 외국 디자이너인 조이스 딕슨에게 디자인을 맡겨 제작했다. 붉은색 재킷이 항공사 여승무원 이미지를 부각하며, 7분 소매와 지퍼 스타일의 원피스로 활동량이 많은 승무원에게 기능적인 면에서 적합했다.

◇유니폼의 모던화 시기(1991~2005년)=1991년부터 2005년은 대한항공의 눈부신 발전기다. 5대양 6대주 세계 전 대륙 취항을 완성하고 기내식 세계 최고상 수상을 비롯한 세계 주요 상 수상, 스카이팀 창설 등 세계 항공업계에 대한항공의 이름을 드높여 온 발전과 도약의 시기다. 이때 제작된 대한항공의 유니폼(10기 객실 승무원 유니폼·사진3)은 14년이라는 최장 기간에 하늘을 비행하며 대한항공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니폼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진한 감색의 재킷, 스커트, 조끼에 깨끗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된 흰색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 스타일로 디자인됐다. 이 시기 유니폼은 1990년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다양화됐던 당시 여성들의 도회적이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반영하는 대표 디자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명품 유니폼 탄생(2005년 3월~현재)=대한항공은 지난 2004년 창사 35주년을 맞아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세계 일류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2005년 가장 먼저 이미지 변신의 첫걸음으로 유니폼(11기 객실 승무원 유니폼·사진4)을 전격 교체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잔프랑코 페레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유니폼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패션 감각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우아하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하며,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신축성 있는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스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바지 정장을 도입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