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김학의 사건 등 檢 ‘제식구 감싸기’ 의혹… 무소불위 권력 견제 필요”

경찰의‘수사권 독립 주장’ 배경

경찰은 수사권과 관련해 이제껏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에 위축돼 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단적인 예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우리나라에서 전·현직 검사가 경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은 사례조차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라도 검경 간 수사권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경찰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실무수습 중이던 전모 당시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절도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고 해당 피의자의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 씨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의해 조사를 받았지만, 사진을 유출한 동료 검사 등은 경찰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른바 ‘검사 성추문 피해자 사진유출’ 사건이었으며, 현직 검사가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유출한 검사 및 검찰 수사관들은 300만∼500만 원의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이 외에 경찰이 현직 검사를 직접 수사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검사 성추문 사건’ 시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2억7000만 원 등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김광준 당시 부장검사를 수사 중이었다. 경찰은 일부 혐의점이 확인되자 검찰에 김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김수창 특임검사팀’을 꾸린 뒤, 경찰이 그동안 진행해온 수사기록을 가져갔다.

당시 검찰이 여론을 의식해 수사중단 지휘는 안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건을 가로채 간 것이며 경찰 수사의 확대를 미리 차단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대형 비리’에 해당하는 김 부장검사 사건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혐의가 약한 검사 성추문 사건을 경찰에 내어준 것이라는 원성도 터져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수사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이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강제수사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지휘야말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찰이 검사의 범죄사실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검찰은 경찰의 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사건이송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사건 가로채기를 한다는 것이다.

경찰 측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재수사에 착수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역시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경찰은 2013년 3월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촬영한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입수, 김 전 차관에게 출석요구를 했지만 불응하자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률적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의 체포영장을 반려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2016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사건 의혹 수사’ 역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 반려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경찰에선 영장을 반려한 뒤 검찰 측이 사건을 가져갔다며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검찰은 ‘추가 고소가 접수돼 병합 수사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반박 논리를 폈다.

경찰은 현재 논의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야말로 더 이상 검찰이 경찰 사건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경찰의 수사를 올바르게 견제하는 ‘통제권’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부당한 명령이라도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지휘권’ 형태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