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허팝’으로 활동 중인 허재원 씨가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작업실에서 지면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유튜브 크리에이터 ‘허팝’의 나를 만든 스승
김병수 담임 찾으려 현상금 걸어
제자가 유명 유튜버 된 것 몰라
만나자마자 큰절로 감사 인사
고민 털어놓을수 있었던 존재
중·고교 적응 못할때 잡아줘
가르쳐주신 도전정신 되새겨
“2000년 6학년 6반 김병수 담임 선생님을 찾습니다. 현상금도 걸었습니다.”
약 32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허팝’(본명 허재원). 과학실험과 다양한 도전을 소재로 하는 개인 방송 채널 운영으로 청소년 사이에서는 유명인인 허 씨는 지난해 3월 방송에서 이처럼 현상금을 내걸어 관심을 모았다. 허 씨는 최근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강원도 산불 피해로 주택이 전소돼 도움이 절실한 아동 가족 지원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허 씨는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허팝연구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상금까지 걸고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시절의 담임 선생님을 찾게 된 배경에 대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해 주셨던 선생님 모습이 늘 떠오른다”면서 “당시에 선생님과 축구도 하고, 여행도 하고, 목욕탕도 함께 가는 많은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 결과로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연 허 씨는 담임 선생님을 찾는 현상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허 씨는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상금을 걸고 두 달여 동안 제보 전화를 받고 수소문한 끝에 마음에 그리던 담임 선생님과 재회할 수 있었다.
허 씨는 “제보를 받고 전화를 했더니 제가 찾던 선생님은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놀랍게도 그분이 제가 찾던 담임 선생님을 알고 계셨다”고 말했다. 허 씨는 전화를 끊고 바로 자동차를 몰아 담임 선생님이 계신 부산으로 내려갔다.
허 씨는 선생님을 뵙자마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절을 했다.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 적응을 잘하지 못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을 찾아뵙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하신 김 선생님은 재회한 제자에게 책을 한 권 선물했다. 책 표지에는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고 적혀 있었다. “전투적인 자세로 인생을 살아 달라”는 뜻을 전하고자 했다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18년 전 담임 선생님을 어떻게 찾은 건가.
“늘 선생님을 뵙고 싶었지만, 연락처가 없었다. 친구들도 죄다 몰랐다. 그래서 제 개인 방송의 힘을 빌려 보자고 작정했다. 현상금을 걸고 선생님을 찾는 이벤트를 벌이자고 생각했다. 10대 청소년은 사건, 사고가 터지면 좋아한다. 엄청나게 많은 제보 전화가 왔다.”
―어려움은 없었나.
“교육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선생님과 같은 이름이 세 분이나 뜬다. 그런데 그분들 모두 제가 찾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혹시 선생님이 일을 그만뒀나 생각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는 분도 제보 전화에 포함됐는데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분이 제가 찾던 선생님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의 반응은 어떠셨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허팝’이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는 줄은 알고 계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 크리에이터가 18년 전 제자인 줄은 전혀 모르셨다고 했다. 정말 놀라워하셨다. 그 길로 선생님이 계신 초등학교로 내려갔다. 그 자리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이 사인해 달라고 해 1000장 이상은 하고 왔다. 당시 선생님 상봉 장면을 담은 영상 조회 수만 해도 100만 회가 넘었다.”
―감흥은 어땠나.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포옹을 하는데 선생님도 시간을 피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 자주 연락드리면서 살고 있다. 며칠 전에도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올 연말에 만날 예정이다. 지금은 해외에 나가 계셔서 모실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 받은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선생님도 어려운 형편의 아동을 돕는 단체를 만들고 제2의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더라.”
―선생님께서 꿈을 이루는 데 어떤 도움을 주셨나.
“지금의 허팝이 있게 한 분은 선생님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당시에 선생님과 정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 원래는 숫기가 없고 조용했다. 하지만 내면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도전하고 싶었다. 당시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런 끼를 발휘하기가 싶지 않았다. 그런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선생님이다. ‘나다운 나’를 끌어내 주신 분이다.”
―기억 나는 일화는?
“방학이 되면 반 친구들을 데리고 청소년 수련원에 가셨다. 게임도 하고 비도 맞고 놀고 목욕도 같이하셨다. 옷도 다 빨아주시고, 고기도 사주시고. 나무처럼 잘 성장해 달라는 뜻을 담아서 한번은 나무 선물을 해주시기도 했다. 정말 많은 것을 함께해 주셨다. 진심으로 제자들을 좋아하셨다. 이분한테는 제 고민도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둔 유명 유튜버다.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일도 있었나.
“한번은 역사를 연극으로 꾸며서 발표하는 수업도 했다. 단군신화에서 곰으로 나와 마늘 먹는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한 달 프로젝트였다. 매번 수업하고 발표를 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통해 배운 것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번은 진로에 대해 탐색하는 과제를 주셨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사를 찾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 하는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
“소셜커머스 택배 기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밤에는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렸다. 집에서는 대학원에 갈 줄 알던 시기였다. 어느 날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전업을 결심하게 됐다. 기획사에 수백여 명의 경쟁자가 소속돼 있는데 바닥권을 맴돌았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발견했던 ‘나다운 나’를 다시 찾게 됐다. 새로운 실험을 하길 원하고, 익살맞고, 노란색을 정말 좋아하고. 지금은 노란색 모자, 노란색 옷, 노란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방송을 하다 보니 노란색 하면 ‘허팝’을 떠올리더라.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전념하면서 살고 있다. 친구들이 학창 시절에 지금처럼 공부했으면 미국 MIT대에 갔을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다. 백수로 4년을 살아 봐서 휴일 없이 일해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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