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대북 ‘군량미’ 지원, 국방부가 말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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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 前 해군작전사령관

북한이 지난 4일 미사일, 방사포 등 ‘섞어쏘기’ 도발에 이어 9일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함으로써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북한으로서는 식량 지원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만큼, 국가적으로는 엄중한 안보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 쌀 지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분위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 식량 부족량이 136만t’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쌀 재고가 130만t임을 고려할 때 약 30만t은 북한에 지원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애당초 대북 쌀 지원은 해선 안 된다.

첫째, 우리의 대북 식량 지원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력에 전용(轉用)됐다. 통일부의 2017년 5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1995∼2016년 사이 북한에 제공한 대북 지원(쌀, 현금 등)은 모두 103억 달러 규모다. 북한이 이 중 30억∼40억 달러를 전용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음을 추정케 하는 통계다. 그리고 북한 김정은이 ‘10년간의 햇볕정책(1998.2∼2008. 2)으로 현재의 북한군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인정한 내용이 포함된 지시문을 북한 전문 매체 자유북한방송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김정은이 2014년 9월 21일 자로 군 총정치국에 내린 지시문에는 김정일 집권 당시 남한으로부터 받은 식량과 돈이 지금의 북한군을 보존케 했으며 그 업적은 철저히 김정일의 업적이라고 찬양했다. 그러면서 지시문에 ‘적화통일’ 야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김정은 ‘10년간 햇볕정책으로 지금 군대 보존’, konas.net, 2014.12.12. 참조)

둘째, 북한은 부족한 식량을 구입할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9일 정권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했다. 전문가는 이 열병식에 군인 2만 명과 주민 10만 명 동원,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의 카드섹션과 집단체조에 수만 명 동원, 6개월 전부터 행사 연습 등을 고려할 때 10억 달러(약 1조 원)가 들었다고 분석했다. 쌀 414만t(t당 241달러, 국제 시세로 환산)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또, 북한은 지난해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 열병식에는 병력 1만3000여 명, 군중 5만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 4일과 9일에 발사한 미사일 가격(3발)은 모두 1500만 달러(최대사거리 500㎞ 추정)다. 탄도미사일의 국제 가격은 ㎞당 1만 달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20년까지 핵무기 100여 기를 보유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연간 핵무기 10기 이상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미사일 생산과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셋째,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2000∼2007년 연간 30만∼50만t의 쌀을 인도적 차원에서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모두 240만t을 지원했다. 그런데 지원한 쌀은 군대 급식 및 전쟁 비축미로 전환된 사실이 국내외 언론과 탈북자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미국도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해왔으나 이런 문제로 중단했다. 미국과 유엔은 대북 지원 물품이 영유아, 취약계층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상주 인원을 두고 감독했으나 실패했다. 분배 현장을 확인한 지 며칠이 지나면 물품이 회수돼 군대, 당 간부, 평양시민들에게 재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중단한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우리가 북한에 지원하는 ‘인도적’ 쌀이 결국은 핵·미사일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과거 뼈아픈 교훈을 반복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