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리스의 2019 봄·여름 시즌 플라워 패턴 롱원피스(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 반대 방향)와 사카이의 플리츠스커트, 아크네 스튜디오의 테크니컬 스니커즈, 크리스찬 루부탱의 런 루비 런, 마르니의 파블로 스니커즈, 파니에 백, 트렁크백, 알렉산더왕의 헤일로 백.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기능·실용성 롱스커트
사카이, 출시 60% 이상이 긴스커트
리스, 잔잔한 플라워 패턴 롱원피스
스텔라 매카트니, 오버 사이즈 재킷
- 90% 이상이 노와이어
엘라코닉, 통기성 좋은 브라렛 인기
펄프 · 코튼서 추출 천연 인견 소재
- 두 손의 자유 미니백
마르니, 독특한 색감 돋보인 숄더백
알렉산더왕, 미니 헤일로 백 선보여
- 편한 운동화가 대세
루부탱, 신축성 좋은 네오프렌 소재
아크네 스튜디오, 어글리 슈즈 인기
미국 최대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20여 년간 이어오던 패션쇼 TV 중계를 최근 중단했다. 패션쇼 TV 중계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브랜드를 상징하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보여주는 속옷 패션쇼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탈코르셋’(강요된 외모 잣대에서 벗어나자는 운동) 흐름 속에서 남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닌 ‘나를 위한 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편안한 실루엣과 기능성을 내세운 편한 패션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하이힐 대신 운동화가 대세가 됐고, 심지어 정말 못생겨 보이는 투박한 굽의 ‘어글리 슈즈’는 신발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미니스커트 대신 롱스커트, 미니 백과 와이어가 없는 속옷의 인기가 높다.
사카이는 이번 시즌 국내에 출시한 30여 종의 스커트 중 60% 이상을 긴 기장으로 선보였다. 사카이는 지난 시즌에 이어 비대칭적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롱스커트 역시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한 화려하고 언밸런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줬다. 짙고 어두운 색상, 봄을 느낄 수 있는 쨍한 네온 색상, 하늘하늘한 스커트, 잔잔한 플라워 패턴과 체크 패턴 등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는 아예 바지와 겹쳐 입을 수 있는 시스루 플리츠스커트로 편안함을 높이면서도 멋을 낼 수 있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매 시즌 독창적인 프린트를 선보이는 영국 브랜드 리스는 이번 시즌 화려하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플라워 패턴 롱원피스와 스커트를 내놓았다. 하늘하늘한 플리츠스커트에 마치 생화를 보는 듯 정교하면서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켜 독특한 느낌을 주는 플라워 프린트를 적용해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텔라 매카트니에서도 검은색과 흰색 등 모노 톤을 주로 사용한 긴 기장의 롱스커트와 원피스가 돋보인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흰색 롱원피스에는 시스루 펀칭 패턴 디테일을 줘 지루하지 않으면서 자연적이고 단아한 느낌을 줬다. 같은 색상과 패턴의 오버사이즈 재킷을 매치해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채도가 낮은 남색 롱원피스에는 허리 벨트와 동물 모양의 금속 장식을 연결해 포인트를 줬다.
활동성을 높여주는 편안한 운동화는 패션계 대세가 됐다. 남성 스니커즈 열풍에서 시작해 어글리 슈즈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새로운 신발 카테고리가 됐고 여성 패션에서도 운동화가 주류로 떠올랐다. 바지가 아닌 원피스, 스커트, 정장과 함께 운동화를 신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은 스니커즈부터 어글리 슈즈까지 운동화 비중을 대폭 늘렸다.
‘뉴트로’(New+Retro) 열풍 속 이탈리아 컨템퍼러리 브랜드 마르니가 지난해 1980년 러닝화를 재해석해 출시한 과장된 굽의 ‘빅 풋 스니커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검은색, 흰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상이 추가됐다. 또 두꺼운 고무 밑창과 생생한 원색을 독특하게 배색한 ‘파블로 스니커즈’도 새로 출시됐다.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은 기능성을 살려 캐주얼한 특성을 담은 새로운 개념의 스니커즈 ‘런 루비 런’을 선보였다. 신축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네오프렌 소재를 사용해 뛰어난 착화감을 자랑한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어글리 슈즈부터 스니커즈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어번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어글리 슈즈인 ‘테크니컬 스니커즈’는 뉴트로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편안함을 높였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 속옷 편집매장 엘라코닉은 제품의 90% 이상이 와이어가 없는 제품, 브라렛 등으로 구성됐다. 신축성 있는 원단, 경량 소재, 통기성이 좋아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나무 펄프나 코튼의 단섬유에서 추출한 천연 인견 소재를 적용하는 등 착용감을 강조한 제품이 많다. 지난 2017년 8월 오픈한 엘라코닉은 1년 반 만에 매출이 6배 넘게 증가하며 편안한 속옷 열풍을 선도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온라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가량으로 증가했다.
미니 백 열풍도 어깨에 걸쳐 두 손을 자유롭게 해 주는 ‘편안함’의 영향이 컸다. 마르니는 이번 시즌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소형 가방의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봄을 맞아 파스텔 색조부터 원색까지 독특한 색감이 돋보이는 숄더백을 다양하게 내놨다. 마르니를 대표하는 ‘트렁크 백’은 옐로와 핑크, 갈색 등의 색상을 사용했는데 무채색 복장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 라인으로 편하게 들 수 있는 ‘파니에 백’은 이번 시즌 원색에 가까운 코발트블루, 머스터드 색상을 선보였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은 펀칭 로고 가방에 핑크, 골드, 실버 색상을 추가했다. 올봄 새롭게 출시된 소형 크로스백 스타일은 토트백과 숄더백 두 가지로 활용이 가능하며 수납공간이 넉넉해 실용적이다. 알렉산더왕은 독특한 메탈 장식과 볼륨감 있는 쿠션 형태가 매력적인 미니 크로스백 ‘헤일로 백’을 출시했다. 탈착이 가능한 손잡이와 내장된 스트랩을 통해 숄더백, 토트백, 클러치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이 멋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패션을 선호하면서 롱스커트, 운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편안한 패션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우아하면서 동시에 캐주얼한 패션 스타일은 직장, 학교, 가벼운 야외활동 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과 휴식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똑똑한 패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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