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일자리 자금 또 편성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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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황당한 정책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 으뜸은 단연 ‘일자리 안정자금’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低)소득층 소득 증가 → 한계소비성향(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큰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 → 경제 성장’의 선순환(善循環)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의 생각이었다. 무리하게 2018년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고용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기는 한 것 같다. 그랬으니까 엄청난 국민 세금(재정)을 투입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해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하면서 세금 감면 등을 해준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겠다고 재정에서 돈을 직접 지원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일자리 안정 자금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최대 특징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아니라, ‘사람 자르지 말라(=직원 해고하지 말라)’고 사업주, 즉 사장님한테 지급하는 돈이라는 점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홈페이지(www.jobfunds.or.kr)에 따르면, ‘최저임금 해결사’인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사업”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쓴 돈만 지난해 3조 원, 올해 3조 원 등 약 6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이 10.9%나 오르면서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3조 원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더불어민주당 등 일각에서 나왔지만, ‘재정 당국’인 기재부와 야당이 반대해 간신히 3조 원으로 막은 것이다. 그러면 일자리 안정자금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까. 고용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전혀 아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2017년(31만6000명)의 3분의 1조차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국민 세금(일자리 안정자금)을 퍼부은 덕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을 ‘정책 효과’라고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올해도 6월 1일부터 본격적인 내년 예산 편성이 시작된다.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할 것인지, 편성한다면 얼마를 책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내년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를 결정하려면 사전에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도 5월 30일부터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도 뒤늦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난해나 올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추거나, 동결(凍結)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첫 단추’는 잘못 끼워졌다. 정권이 바뀌면 일자리 안정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결정할 때 국민 세금 낭비가 최소화되도록 중지(衆智)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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