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 참사>침몰 30분 뒤에야 구급차 도착… 심폐소생술 시도 조차 못해

인명피해 왜 컸나?

현지정부 “빠른대응”밝혔지만
언론은 “구조자 중 3명만 후송”

60여개 구명조끼 구비했지만
7초만에 침몰 긴급조치 불가능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한국인 26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직후 가해 선박이 응급구조활동을 하지도 않고 바로 현장을 지나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헝가리 당국의 구조활동도 늦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실대응이 인명 피해를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유람선 승선과정에서 구명조끼 착용을 비롯해 여행사 측의 안전경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31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인 33명이 탄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은 길이 135m의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Viking Sigyn)은 사고 직후 허블레아니의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바이킹 시긴에 타고 있던 미국인 관광객 클레이 핀들리(62)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배 뒤쪽에 있는 상황에서 배가 뒤집히는 것을 봤다”며 “나는 누군가가 빠져나오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허블레아니에서 구조된 탑승객들은 대형 크루즈선이 자신들이 타고 있던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은 뒤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당시 이 사고로 바이킹 시긴에 타고 있었던 사람 중 다친 사람은 없다.

또 사고 발생 직후 구조·수색도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헝가리 언론 네프자바는 사고 발생 뒤 신고를 접수한 구조당국의 첫 앰뷸런스가 사고 발생 3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으며, 처음 와서 불과 세 명의 구조자만을 실어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고 직후 생존자들은 대부분 비전문가가 구조했으며 뒤늦게 온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몇몇에게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불운한 상황이 있었다고 네프자바는 전했다. 초기 대응이 지연됐다는 이 같은 보도는 헝가리 정부 당국이 “신속하고 재빠르게 현장 대응에 나섰다”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주장에 현지 구조당국은 “(해당 정보가)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병원은 환자를 받을 준비를 완벽히 마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헝가리 당국은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강 하류에 이르는 모든 수로 관리 직원에게 24시간 비상대기명령을 내린 상태다.

탑승자들이 사고 당시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허블레아니의 소속 회사인 파노라마 데크는 성명을 통해 “배에는 60여 개의 구명조끼가 구비돼 있었으며 평소 허블레아니의 선장과 선원은 입사 이래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구조 대응과 긴급상황 매뉴얼 등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음에도 추돌 사고 이후 불과 7초 만에 배가 침몰해버리며 제대로 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 숙박업자와 관광객들은 평소에도 유람선 탑승 시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안내가 없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유람선이 1949년 구소련에서 건조돼 무려 70년이나 지난 노후 선박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허블레아니 호는 1949년 소련 헤르손 조선소에서 건조된 뒤 1980년대 헝가리에서 제작한 엔진을 새로 장착했다. 2003년부터 이 선박을 운항해 온 파노라마 데크는 “매년 정기적 유지·보수를 하며 사고가 발생할 어떤 징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재연·박준우·정유정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