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정은 US女오픈 역전 우승… 한국선수 10번째 정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눈물의 트로피 이정은이 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열린 LPGA투어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든 채 눈물을 닦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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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6언더… 2위와 2타차
박성현 이어 두번째 신인우승
우승상금 역대최고 100만달러
상금순위 15위서 1위로 껑충
신인왕점수 +300… 1위 질주

올 13개 대회서 한국 7승째

‘핫식스’ 이정은(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74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에서 짜릿한 역전우승을 일궜다.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통산 10번째 우승이다. 이정은은 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쳤다. 단독 6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이정은은 합계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인 유소연, 렉시 톰프슨, 에인절 인(이상 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정은은 US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첫 승을 거둔 19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로는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11년 유소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에 이어 이정은이 6번째다. 특히 신인의 US여자오픈 우승은 2017년 박성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이로써 한국 선수는 올해 13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했고, 지난 4월 고진영의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를 잇달아 석권했다.

이정은은 미국에서 ‘식스’로 통한다. 이정은의 이름 옆에 숫자 ‘6’이 붙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동명이인 선수를 구분하기 위해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면서 이정은의 번호는 ‘6’이 됐다. 이정은은 이정은1부터 이정은6까지나 된다. LPGA투어 선수와 캐디들은 이정은을 만나면 발음하기 쉽게 “식스”로 부른다. 그리고 이정은은 숫자 6을 쓴 공으로 플레이한다. US여자오픈 우승도 6이 새겨진 공으로 이뤘다. US여자오픈 우승 기록은 6언더파다. 우승 직후 이정은은 “한국에서도 3라운드에 66타를 쳐 우승한 적이 있다”면서 “LPGA투어에서 6언더파로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6이라는 숫자가 내겐 러키 넘버”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정은은 “루키이기에 우승하기까지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큰 행운 같아 놀랍고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이 4세 때 교통사고로 부친(이정호)은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래서 LPGA투어 진출을 망설였지만 가족의 격려를 받으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정은은 “집안이 부유하지 못해 빠듯하게 골프를 했고,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가족과 팬 여러분이 응원해주셔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정은은 지난해 11월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고, 올해 L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리고 9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메이저대회이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2017년 박성현에 이어 ‘루키 신화’를 작성한 이정은은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1억9000만 원)를 받았다. 이정은은 지난주 상금 순위 15위(35만3836달러)에서 순식간에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US여자오픈은 올해부터 우승상금을 역대 최다인 100만 달러로 인상했고, 이정은이 이 상금의 첫 주인이 됐다.

이정은은 우승 트로피, 금메달과 함께 US여자오픈 10년간 출전권도 확보했다. 그리고 신인상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 주요 타이틀 부문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신인상 레이스에 탄력이 붙었다. 이정은은 US여자오픈 전까지 8개 대회에서 신인왕 포인트 452점을 모았다. 2위 크리스틴 길먼(미국·288점)을 크게 앞지르며 이 부문 1위를 달렸고, US여자오픈 우승으로 752점까지 끌어올렸다. LPGA투어에서 신인이 우승하면 150점, 준우승하면 80점의 신인왕 포인트가 주어진다. 메이저대회에 걸린 포인트는 일반 대회의 2배다. 이정은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7위에서 5위로 뛰어오를 예정이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15년 김세영,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에 이어 한국인 신인왕 5회 연속 수상이 유력하다. 2014년 신인왕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