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BTS와 ‘올바른 위로’의 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현미 문화부장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휩쓸고 영국의 심장 웸블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3년 6월 13일 데뷔로부터 6년,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미국 음악 시장에 공식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 2년여 만이다. 지금은 ‘21세기 비틀스’라고까지 불리고 있으니 한국 뮤지션으로서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한국의 보이밴드를 넘어 우리 시대 다양한 문화현상을 보여주는 텍스트, 해석이 필요한 문화적 상징이 됐다. 이들의 행보와 성과는 유튜브 시대, 팬덤의 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끊임없이 생산물을 만드는 네트워크 문화, 여기에 젠더 프리, 마초 남성성의 몰락, 아시안 문화 폭발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한 문화 흐름과 닿아 있다. 여기에 미학적 완성도, 스토리텔링, 청춘의 성장통, 선한 영향력 등 인기 요인의 목록은 참으로 길기만 하다.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고, 의도하지 않았던 현재적 의미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의미와 해석의 화수분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방탄소년단 팬덤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면 이들의 노래, 노래가 주는 ‘위로’이다. ‘날아갈 수 없으면 뛰고, 뛰어갈 수 없으면 걷고, 걸어갈 수 없으면 기어서라도 가라’는 노래, ‘길을 잃는 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이라며 ‘출구라곤 없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수없이 헤매도 나의 길을 믿어보겠다’는 이들의 노래에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칼군무의 화려한 퍼포먼스만큼이나 의지할 곳 없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아파하면서도 늘 자신을 믿고 애써보겠다는 노래에 많은 청중이 세대를 초월해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30여 년 전 청춘의 상징이었던 시인 기형도가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며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했다면, 우리 시대 방탄소년단은 초라한 자신을 끌어안으며 ‘위로는 우리들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때 위로가 시대의 ‘키워드’였던 적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너나없이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던 시기를 지나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쥐는 것이 없다는 판단에 이른 2000년대였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이 넘쳐 났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그 정점이었다. 하지만 곧 대안 없는, 말뿐인 위로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자각 속에 위로를 거절하고 모두 힐링으로 몰려 갔다. 이런 속에 등장한 방탄소년단의 위로는 다른 지점에 있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춘이, 세상에서 길을 잃은 약자가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공감과 연대 위에 가능한 위로. 소통에 기초할 때만이 위로가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이 월드스타가 되면서 이들을 한국이 만든 ‘한류의 표상’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양 ‘국가대표’로 위치시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정책 당국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을 국가대표로 올려놓고 한국 문화의 성과를 자랑하기보다는 이들이 보여준 위로의 힘, 공감과 소통, 연대 위에 가능했던 진정성의 힘을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c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