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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6월 18일(火)
김정은 弔花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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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화폐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체제 경쟁에선 당연히 자유민주주의가 독재와 전체주의를 이겨내지만, 최근 남북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력, 정치 자유 등 그 어느 것 하나 앞서는 것이 없는 북한이 되레 한국을 ‘변화’시키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화(弔花)를 특수처리를 거쳐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10년 전인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내온 조화도 특수처리를 거쳐 현재 김대중 도서관에 비공개로 보관 중이다. 보통 조화는 장례식이 끝나면 묘지에 함께 묻거나 폐기 처분하는 것이 상례다. 요즘은 업체 측에서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북한에서 보내온 조화만 상당한 비용과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리본만 보관하거나 사진으로 남기면 충분하다. 수령과 수령의 ‘하사품’을 신성시하는 것은 사회주의 정권 북한에서나 있는 일이다. 북한은 궁핍한 재정에도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김일성·김정일 시신을 러시아 측에 위탁해 방부 관리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이희호 여사 서거에 대한 김정은의 조전·조화를 전달하는 영상을 묵음(默音) 처리한 채 공개했다. 1분 45초 분량의 영상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김여정과 인사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말은 들을 수 없다. 김여정 목소리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정부가 기자단과의 약속을 어기고 묵음 처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위 ‘백두혈통’이라 함부로 목소리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란 단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 발표대회’ 행사를 열어 “모든 주민에게 크나큰 지지를 받고 있다” “사랑과 믿음의 정치를 펼친 세심함” 등으로 칭송하고, 심사원장이라는 사람은 “김 위원장 풍모를 잘 얘기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복형과 고모부를 무참히 죽이고,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받는 김정은을 이렇게 떠받드니 북한은 한국 사회 일각에서 이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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