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주의력 결핍… 정신장애 시달렸던 열두명의 역사적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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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 / 클로디아 캘브 지음, 김석희 옮김 / 모멘토

제목에는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의 이름과 ‘저장강박증’만 적어 놓았지만, 이 책에는 모두 열두 명의 역사적 인물과 그들이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격 장애와 도박 장애 등 다양한 정신장애가 등장한다. 과학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메릴린 먼로부터 하워드 휴스, 다이애나 왕세자비, 에이브러햄 링컨, 찰스 다윈, 조지 거슈윈 등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의 내면을 뒤지고, 그들이 생전에 보였던 이상행동을 통해 정신건강의 문제를 짚고 있다.

이를테면 앤디 워홀은 600여 개의 상자를 점심 식사 영수증이나 반쪽짜리 입장권, 진료비 청구서, 편지, 다 쓴 건전지 등으로 가득 채웠다. 백화점부터 골동품점, 벼룩시장 등에서 온갖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으며, 이렇게 들여온 물건으로 집은 폐품 수집 공간처럼 변했다. 집안이 창고나 쓰레기통처럼 변해 생활공간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이런 기록 등을 통해 저자는 그를 ‘저장 강박’이란 병명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그가 저장 강박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생활태도를 분석하고 저장 강박에 대한 특징이나 의학적 연구 등도 들여다본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찰스 다윈이 과학자 모임에서 짧은 발언 뒤에 24시간 토하는 증상을 보이는 불안 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하워드 휴스는 통조림을 비누로 씻고 라벨을 물에 적셔 벗겨낸 뒤 살균한 솔로 문질러 닦은 뒤에야 땄을 정도로 강박에 시달렸고, 조지 거슈윈은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으로 행상인의 손수레에서 물건을 훔치고, 불을 여러 번 질렀으며, 마차 뒤에서 오줌을 누다 경찰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적 인물들의 생활과 행동을 살펴 저자가 찾아낸 정신병적인 부분이 흥미롭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인물이라기보다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시선으로 본 정신건강 문제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어디까지가 열정이고, 어디서부터가 질병인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이 생전에 겪었던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혹은 강박을 약물 등으로 당시에 치유했다면 과연 그들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릴 수 있었을까. 병적인 성향이 혹시 그들의 업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건 아닐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미처 몰랐던 역사 인물들의 개인사를 통해 그들을 새롭게 평가하게 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유익한 건 유명인들의 다양한 예화 등을 통해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한결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주요 정신장애에 대한 친절한 입문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390쪽, 1만5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