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30대 기업 총수 소집보다 ‘日 보복’ 실질 해법 내놔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이어 추가 카드를 검토 중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 것이라고 한다. 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일부 총수들을 비공개로 만나 업계 의견을 들었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문제점 및 치졸함과는 별개로, 정부의 외교 무능과 무대책에 대한 개탄이 앞선다. 정부가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을 무더기로 집합시키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 총수들은 외국에서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 현 정부 들어 기업 애로 사항 청취보다 권력을 앞세워 기업을 ‘을’ 취급하는 경향이 유난히 강해졌다.

더욱이 현 시점에서 총수들을 우르르 불러 모아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과의 막후 비즈니스 대화를 진행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정부와 기업이 손 잡고 일본 정부에 맞서는 ‘공동전선’ 모양새가 되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그나마 실효성 있는 대책이 그 자리에서 도출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을 종합하면 기업인들을 들러리로 세워 정부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 찍기’ 이외의 효과를 찾기 힘들다. 꼭 의논하고 싶으면 조용히 실질적 대화를 하는 게 좋다. 수십 명이 모여 앉아서 두어 시간 대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기업 잘못이 아니라 한·일 정부 간 외교 갈등이 발단이고, 해결도 외교로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총수에게 기업 어려움을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는가. 정부 무능을 기업과의 공동 책임인 양 호도하거나, 기업의 어려움을 청취해 정부가 해결에 나서는 척하려는 것은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국익과 실질에 집중해야 한다. 안보·경제 등 심각한 일파만파가 예상된다. 보여주기 이벤트는 접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담판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재를 부탁하는 등 다각적 실질 해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