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가 ‘예술’ 이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천안삼거리휴게소의 ‘독립미술관’ 입구에 세워진 김성복 성신여대 조소과 교수의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170×70×230㎝). 성신여대 제공

열린 공간에 옮겨온 ‘미술관’

천안삼거리 ‘독립 미술관’
횃불 든 인체조각·해태상 등
3·1운동 100주년 기념 31점

망향 ‘열린 미술관’
성신여대 주도 작년8월 시작
휴게소 사진명소 톱10 꼽혀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천안삼거리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기 위해 들어가다 보면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우선 고속도로 휴게소 옥상에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경쾌한 몸동작의 캐릭터 같은 조각작품이 눈길을 잡아끈다. 망원경을 든 아빠가 만세 하는 표정의 아이를 목말을 태우고 휴게소 주차장과 고속도로를 보고 있다. 주차 후 휴게소 건물로 시선을 돌리면 입구 양쪽을 전설 속 수호동물인 해태가 지키고 있고, 그 위에 횃불을 들고 힘차게 달리는 인체 조각이 여행객을 맞는다. ‘독립미술관’이란 현판도 보인다.

대한민국 고속도로 휴게소가 진화하고 있다. ‘화장실 개선 운동’ 이야기가 엊그제 일 같은데 그 같은 하드웨어적인 변화에 이어 이제는 미술관을 통한 ‘고급문화’ 접목이라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망향휴게소에 ‘열린미술관’이 개장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천안삼거리휴게소에 ‘독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두 곳의 휴게소에는 모두 성신여대(총장 양보경) 조소과 교수와 동문, 학생들의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다.

‘열린미술관’이라 이름 붙여진 것은 ‘화이트 큐브와 같은 실내 공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휴게소에 들르는 여행객들이 찾는 푸드코트 앞 공간이나 휴게소 옥상, 화장실 유리창 너머 잔디밭, 산책로 등 개방된 공간에 작품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독립미술관 역시 열린미술관이지만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예술작품으로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미술관이라고 해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

14일 개관한 독립미술관의 경우 교수와 동문 작가가 중심이 돼 만든 6점의 작품과 대학원생 작품 25점 등 모두 31점이 전시돼 있다. 휴게소 옥상과 통로 등에 조각작품을 전시해 이용객이 쉬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행복한 내일’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옥상의 작품은 성신여대 동문인 김경민 작가의 작품이고, 입구의 해태상과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제목의 횃불을 들고 달리는 인체상은 성신여대 조소과 김성복 교수의 작품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민 작가의 ‘행복한 내일’(68×120×240㎝). 성신여대 제공

미술관 개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성복 교수는 열린미술관과 독립미술관의 관장도 맡고 있다. 전시에는 두 작가 외에도 성신여대 장욱희 학과장, 권치규 교수, 김정희 교수, 김병규 교수, 김리현 박사 등이 참여했다. 김성복 교수는 “독립미술관은 작품에서 3·1운동 정신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은유와 상징으로 그 의미를 살려 휴게소 이용객들이 높은 예술적 향취를 만끽하게 했다”며 “앞으로도 공공장소에 이러한 미술관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안삼거리휴게소를 운영하는 보림로지스틱스의 유형욱 부장은 “휴게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미술작품을 보며 힐링을 하실 수 있고, 휴게소 운영자 입장에서는 작품들 덕분에 단골 이용객이 생기고, 머무는 시간도 길어질 수 있어 매출 신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단 입장에서도 대학이 앞장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미술관을 설치해 젊은 작가군인 대학원생들의 작품 판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망향휴게소에는 현재 45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성신여대는 올해 9월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에 ‘꽃’을 테마로 한 열린미술관 한 곳을 추가로 열어 작품 40여 점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망향휴게소는 열린미술관 덕분에 얼마 전 한국도로공사에서 선정한 ‘고속도로 휴게소 사진 명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대부분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이강래 사장은 “독립미술관이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열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 천안의 새로운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며 “고속도로 휴게소가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힐링의 공간이자 산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