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不法 혐의자 조국 ‘검사와 대화’ 발상부터 블랙코미디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가 16일 밤 구속되면서 조국 일가(一家)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확연해지는 건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불법(不法) 행위다. ‘조국펀드’를 운용한 코링크PE의 최초 설립자금에 정 교수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정 교수가 해외 도피했던 조 씨와도 수차례 통화하며 말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구체적 진술도 나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 장관이 ‘아내가 했던 일이어서 나는 모른다’는 주장을 거듭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 혐의와 의혹만으로도, 법치를 책임지는 조 장관은 도저히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상황은 거꾸로다.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압박을 가하려는 조 장관의 행동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이제 전국 검사를 직접 만나 ‘검사와의 대화’를 열겠다고 한다. 조 장관은 16일 법무부 검찰국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 “장관이 직접 검사와 직원을 만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이달 중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건데 ‘일선 검사 의견 청취’라는 외피를 두르고,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면서 자신 가족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는 검찰 수뇌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한다. 자신의 부인이 기소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고, 포토라인을 없애는 공보준칙을 강화하기 위한 당정회의를 18일 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사들에게 내부 조직문화를 개선하라고 하는 건 자기기만이다. 조 장관은 “(조 장관 사건 수사) 검사들이 헌법 정신과 법령을 어기지 않는 한 인사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 이런 발언 자체가 수사 검사에게 피의사실 공표죄 등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압박이다.

5촌 조카는 구속되고 부인은 검찰 소환을 앞둔 상황에서, 조 장관이 법학을 전공한 게 맞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가질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에게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고 말한 바 있다. 불법 혐의의 중심에 있는 이가 검사와의 대화 운운하며 수사방해 행위를 지속한다면 ‘막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장관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겸허히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