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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계순(1932~2019)
나에겐 세 분의 할머니가 계셨다. 어렸을 때 엄마처럼 나를 돌봐주신 친할머니. 나에게 언제나 엄마보다 더 친근했던 할머니다. 대학교 1학년 때(25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후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아련히 간직하고 살았다.
친근했던 할머니와 다르게 외손자와 외손녀들에게 엄격하셨던 외할머니. 지금 결혼을 해 자식을 낳아보니 외할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시집가서 고생하시는 엄마가 외손주보다 더 마음이 쓰이셨던 것이란 걸.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몇 개월 요양병원에 계실 때 외할머니는 어렵고 무서운 존재에서 엄마의 엄마로 친근하게 받아들여졌고 편안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모할머니. 아빠의 고모이긴 하지만 나에게 좀 더 특별한 인연으로 많은 영향을 남기시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고모할머니. 내 인생의 마지막 할머니가 되셨다.
시골에 사시면서 자그마한 체구로 10남매를 낳아 훌륭하게 키워내셨고 정이 많아 많이 베풀어 주셨으며 옳지 않은 일에는 크게 호통도 칠 수 있는 배포도 있으셨다. 나의 결혼 생활이 평탄치 않았을 때 누구보다 걱정해 주시고 가슴 아파해 주셨다. 갑작스러운 고모할머니의 별세로 인해 주변의 모든 분이 혼란스러워할 때 나 또한 아주 큰 상실감에 빠졌었다. 장례식장과 장지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지금까지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크고 많은 느낌의 것들이었다. 그동안 장례식장은 왠지 낯설고 무섭고 안 좋은 느낌의 그런 장소였는데 고모할머니의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고생하시며 사신 한 분의 인생을 좋게 마무리하며 할머니의 고된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슬프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나에겐 따뜻한 안식처가 사라진 것처럼 큰 상실감은 있지만 할머니께서 생전에 보여주셨던 인정 많던 추억들은 힘들 때 나를 지탱하게 해준 큰 버팀목이 되었음이 분명했다. 고모할머니! 마음 써 주신 거 고맙습니다. 명심하고 열심히 잘 살아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못 하고 보내드렸는데 그곳에서 편안하시지요? 그립습니다!
조카 손녀 권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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