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닳도록 빌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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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공공도서관 5년치 대출 분석

대출횟수 27만8751건‘1위’
2위도 조정래의 ‘정글만리’

히가시노 게이고 9권 올라
대출도서 ‘최고 인기작가’

도서관이 저작권 손해 보전
‘공공대출보상권’制 쟁점화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소설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사진),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로 나타났다.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50권 3호에 실린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논의를 위한 공공도서관 대출 통계 분석’(이흥용 국회도서관 국내법률정보과 서기관·김영석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보고서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820개 공공도서관의 대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최다 대출 소설 ‘태백산맥’=가장 많은 대출횟수를 기록한 문학 도서는 27만8751건인 조 작가의 ‘태백산맥’, 2위도 21만2993건을 기록한 조 작가의 ‘정글만리’였다. 조 작가는 1위와 2위에 모두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뒤이어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15만2261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10만7712건), 제프 키니 작가의 ‘윔피 키드’(8만4700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7만9562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7만3422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제3인류’(7만418건), 조앤 롤링 작가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6만9701건), 요나스 요나손 작가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6만6504건) 등이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최고 인기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이 보고서가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대출된 상위 125위권 도서에 이름을 올린 문학 작가를 분석한 결과, 히가시노 게이고가 9권으로 최다였다. 두 번째로 많이 대출된 작가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등을 쓴 기욤 뮈소로 7권이었다. 이어 정유정(4권), 조정래·김진명·조앤 롤링·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3권), 한강·공지영(2권) 등이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상위 125위권 도서에 이름을 올린 저자의 국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저자는 50명(58.8%)이고, 이들의 작품은 총 69권(55.2%)이었다. 외국 저자는 35명(41.2%), 이들의 작품은 56권(44.8%)으로 집계됐다. 대출횟수를 저자의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국내 저자의 도서는 총 513만269건으로 전체 대출횟수 740만1605건의 69.3%를 차지했고, 외국 저자의 도서는 227만1336건으로 30.7%로 조사됐다. 상위 125위권 도서에 이름을 올린 외국 저자 35명 중 일본 작가가 9명(25.7%)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 작품은 외국 작품 56권 중 20권(35.7%), 대출횟수는 외국 작가 책 대출횟수의 36.5%에 달했다.

◇공공대출보상권, 도입까지 쟁점 많아=그렇다면 최다 대출된 ‘태백산맥’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상될까. 현재로는 없다. 최근 몇 년간 출판사와 저작권자를 중심으로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에 대해서도 노래처럼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부른 횟수에 따라 해당 저작권자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바로 공공대출보상권으로, 이는 공공도서관의 대출로 인해 저작권자의 저작물 판매가 감소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공공도서관이 손해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현재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공공대출권 제도를 도입할 경우 보상금 재원을 공공도서관의 설치 운영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도서구입비와 공공대출권 보상금은 모두 공적 재원으로 지급돼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결국 납세자인 국민에게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국가나 지자체의 전반적인 재정 상황을 고려해 한정된 공적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에 도서관 업계에서는 공공대출권 보상보다는 도서관 자료구입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결국 어느 쪽이 책 읽는 독자 그리고 책 생태계 전체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