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특보·협치자문관… 서울시 ‘위인설관’ 논란

1월 임용한 국장급 젠더특보
업무마찰 잦고 갑질 지적까지

‘옥상옥’ 기후변화협치자문관
수당지급위해 예산 별도 편성

“박원순시장과 가까운 사람들
우회 입성 통로로 변질” 비판

‘젠더특보, 기후변화협치자문관, 협치자문관.’

민간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서울시가 신설한 이들 직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일부 인사의 우회 입성 통로로 변질됐고 현업 부서에 대한 자문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청 공무원들은 이들 직위가 ‘위인설관(爲人設官)’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박 시장이 성평등 정책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듣겠다며 지방전문임기제 3급(국장급)으로 임용한 젠더특보 A 씨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다수 박 시장 보좌진은 시장 집무실이 있는 시청 본청 6층에서 근무하지만, A 씨는 사무공간 부족으로 서울시 성평등 정책 전반을 수립·시행하는 시청 본청 9층 여성가족정책실 내에 별도 사무실을 두기로 하면서 ‘옥상옥’ 우려가 일었다. 시민단체와 국회에서 여성정책 분야 오랜 경험이 있는 A 씨는 공무원들과 업무 추진과정에서 자주 마찰을 빚었고 이를 불쾌하게 여긴 부서장과 불화설까지 퍼졌다. 급기야 조직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됐다. 애초 A 씨의 임기는 1년이었는데, 그가 국회 내 대표적 박원순계 의원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6년간 보좌한 경력 덕분에 임기 연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올해 2월 학계와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인 B 씨를 기후변화협치자문관으로 위촉했다. B 씨는 오는 2021년 2월까지 기후변화 대응·온실가스 감축분야 정책 방향 제시, 제도개선 자문 및 기획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B 씨에게 부여된 역할은 이미 시 기후환경본부가 하고 있다. 서울시는 B 씨의 근무수당 지급 예산 4678만 원을 별도 편성했고 내년부턴 본 예산에서 수당을 지급한다.

앞서 서울시는 2015년 11월 시민사회 의견 수렴과 협치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며 ‘협치자문관’을 위촉했다. 하지만 이미 국장급 조직인 서울혁신기획관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시청 본관 3층에 협치자문관을 위해 별도 업무 공간을 마련해 제공했는데 올해 7월 C 전 자문관이 해촉을 신청하면서 슬그머니 용도를 바꿨다. C 전 자문관에 앞서 초대 자문관으로 일한 시민단체 출신 D 씨는 서울시 경력을 내세워 지난해 지방 선거에서 마포구청장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갔다가 컷오프 당해 “서울시 스펙으로 사욕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 시행 과정과 내부 소통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자신의 생각만 관철하려는 일부 인사들이 문제”라며 “대다수 보좌진·자문관들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시정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