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고객 보낸뒤 돈 챙겨 잠적한 여행사

호텔 비용 입금 안하고 빼돌려
고객들 현지서 이중납부 곤욕
현재 총 19명 2800만원 피해
“숙박비 분쟁에 여행 망쳐”분통

서울 종로구의 한 여행사에서 해외에 고객을 보낸 뒤에도 현지 호텔에 숙박비를 입금하지 않아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숙박비를 이중 납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천만 원대의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잠적한 이 여행사 대표에 대해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태국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도 현지 호텔비를 입금하지 않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A 여행사 대표 정모(4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중이지만,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9명에 총 피해액도 약 2800만 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한편 관할구청과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자체적으로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여행 비용을 결제한 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여행사 측과 연락이 두절돼 낭패를 겪은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이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해 태국 현지 호텔에 숙박했지만 여행사가 숙박비를 입금하지 않아 호텔 측으로부터 현지 결제를 요구받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여행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편의를 위해 유선 번호 증설 작업을 진행했으나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전화 상담이 어렵다”고 알리며 연락을 피했다. 또 지난 6일엔 재차 공지를 띄워 “내부 사정으로 인해 고객들의 예약 건에 대해 문제가 발생했으며, 문제의 예약 건 및 환불을 오는 22일까지 모두 정리하겠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정작 여행사 측은 그사이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난 13일 구청에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를 믿고 여행을 떠났다가 태국 현지에서 낭패를 당한 피해자들은 “해외에서 호텔과 숙박비 분쟁을 겪느라 가족과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을 망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피해자는 “‘여행사를 통해 이미 숙박비를 냈다’고 항의했다가 호텔 측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해 어쩔 수 없이 비용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현지 호텔에서 귀국편 공항으로 가는 차량이 예약돼 있지 않은 탓에 현지에서 급히 차량을 물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훈(40) 씨는 “말도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거나, 비행기라도 놓치면 어떻게 보상할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며 “돈도 돈이지만, 낯선 곳에서 어려움을 겪을 고객들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