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靑 해명에 여권서도 “안 하느니만 못했다”

정보 감춘 정황 드러나 ‘역풍’
靑 위기관리 능력 문제 제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의혹의 첩보 제보자가 송철호 울산시장 캠프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의혹 해명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도 청와대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이 청와대 ‘관권 선거’ 의혹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해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4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최초 제보 경위 및 제보 문건 이첩 경과’에 관한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청와대가 중요 정보를 감춘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해 “청와대가 왜 그런 식으로 발표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브리핑이 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우연히 알게 된 공직자’라고 밝혔던 제보자가 실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확인되고 제보 경위 역시 청와대가 먼저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오며 선거 경쟁자 측의 의혹 제기가 청와대를 거쳐 경찰에 수사 압박용 이첩으로 이어지는 청와대 하명 수사 ‘구조’만 확인해줬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최대한 검찰 수사 관련 언급을 자제해 온 청와대가 A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극단적 선택 이후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해명이 ‘자승자박’이 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여권에서는 청와대 내 위기관리 능력과 정무적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쇄신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2022년까지 우리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세계 GDP의 9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