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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12월 12일(木)
‘공정’이란… 문화일보 선정 2019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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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불평등한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일상속 무의식적 약자 차별
‘선량한 차별주의자’ 압도적
김영하‘여행…’도 이름올려

86세대 집중분석 ‘불평등…’
실습생 죽음 ‘알지못하는…’
페미니즘‘탈코르셋’도 주목

베스트10 선정된 소설 2편
‘신예’ 김초엽·장류진 작품

‘제국대학의 조센징’등 3권
딱딱한 학술서임에도 호평


문화일보 ‘올해의 책’ 선정에 참여한 출판인들은 가장 주목할 책으로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꼽았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에 더해 청년세대까지, 낡은 진영논리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공정한가’를 묻고 요구하는 흐름은 출판에서도 반영됐다. 문화일보가 11일 국내 대표적인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 출판평론가 등 출판인 44명에게 올해 출간된 국내 저자의 책 ‘베스트 10’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올 7월 출간된 후 5개월여 만에 23쇄 5만 부를 찍어 ‘대중적 학술서’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장 많은 29명(1인당 5권까지 선정)의 출판인이 선택했다. 책을 펴낸 창비의 염종선 편집이사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달리 일상에서 무의식적이고 관습적으로 벌어지는 차별은 ‘선량한’ 그리고 ‘안락한’ 기득권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생생한 사례와 통념을 뒤집는 관점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훌쩍 높여주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기득권에 안주해 있는 “당신의 삶은 차별과 무관한가”라는 질문은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민주화(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의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세대와 불평등에 초점을 맞춰 ‘공정’을 묻는다. 진영논리 속에 난무하는 주장이나 해석이 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읽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세 번째로 많은 19명의 출판인이 선택했다. 이와 함께 교육·노동 담론에서 배제된 청소년 약자인 직업계고 학생들이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에 시달리며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의 벼랑 끝 삶을 처음 기록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도 출판인들(12명)이 ‘베스트 10’에 올렸다.

네 번째로 선정(17명)된 ‘탈코르셋:도래한 상상’은 2015년 ‘페미 리부트’ 이후 뜨거운 이슈가 된 탈코르셋 운동을 다룬다. ‘꾸밀 자유’ 대 ‘꾸미지 않을 자유’의 논쟁 속에, 저자와 여러 여성이 직접 코르셋을 벗는 행위를 통해 각자의 몸이 세계와 연루됐다는 자각을 얻게 되는 과정을 판단 없이 서술함으로써 페미니즘 담론을 정교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 작가들이 더 민감하고 치열하게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일까. ‘베스트 10’에 선택된 2권의 소설은 모두 신예 여성 작가의 작품이다. 두 번째로 많은 선택(22명)을 받은 책은 과학소설(SF) 소설가 김초엽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다. 역시 지난해 등단한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도 ‘베스트 10’(10명)에 올랐다. 두 작품집 모두 페미니즘의 자장 안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정치적 올바름(PC)’의 과도한 흐름 속에서도, 한국의 역대 지배층을 본격 분석한 ‘제국대학의 조센징’(17명), 학자로서 일생을 건 대작인 ‘프랑스 혁명사 10부작’(10명), ‘맹자, 마음의 정치학’(전 3권, 10명) 등 묵직한 책들은 올 출판계의 큰 수확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베스트셀러 1위인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10명)는 여행지 정보나 사진, 지도 한 장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독자들의 욕망을 낚아냈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지음 / 창비

저자는 다양한 소수자 관련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법과 정책을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우리 중 상당수는 남녀와 소수자 차별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이라 확신하며 살지만,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런 건 아닐까. 저자는 “불평등한 세상에서 나는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신화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은밀하고 사소하며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포착해 “가끔은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벼야 할 때가 있다”고 강조한다.


■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

3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독점해온 과정과 그로 인해 어떻게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해 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낸다. 저자는 정치권력 및 기업, 상층 노동시장의 최상층을 차지한 386세대의 자리 독점은 이제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386세대의 독점은 상승 통로가 막혀버린 다음 세대에게 절망적인 벽이자 우리 사회에 온갖 폐해를 양산하는 질곡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대 간·세대 내 불평등과 재생산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방안을 제시한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지음/허블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기술이 어떻게 인간을 소외시키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하는지 살피는 단편 과학소설(SF)들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는 얼굴에 난 상처로 차별받은 전설적 해커, 경력단절과 산후우울증을 앓았던 엄마의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주인공, 우주 탐사에 실패한 최초의 여성우주인 등 좌절을 겪은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각자의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척해 나간다. 이런 과정을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내 ‘SF의 우아한 계보’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 제국대학의 조센징 / 정종현 지음/휴머니스트

대한민국 엘리트의 기원은 일본 제국대학 조선인 유학생들이었다. 문학연구자인 인하대 한국어문학부 정종현 교수는 10여 년간 일본에 흩어진 기록을 찾아 일본 제국대학 조선인 유학생 1000여 명에 대한 기록을 만들고 그 흔적을 추적했다. 제국대학은 친일 엘리트 양성소이자 조선 독립운동의 수원지이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제국 일본의 관료로 복무하며 친일을 했거나, 제국의 첨단 지식과 관료 경험을 밑천으로 해방 후에도 남북한의 행정, 경제, 사법, 지식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다.


■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 이민경 지음/한겨레출판사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등의 페미니스트 저술가인 저자는 2017년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된 이래 2018년 초여름부터 2019년 늦봄까지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경험하고 사유한 것들을 총 13개의 담론으로 담아냈다. 찬반양론을 벌여온 탈코르셋 운동의 궤적을 따라가며, 운동의 비전과 가치, 고민과 갈등, 운동이 고집하는 획일적인 방향성까지, 페미니즘 연구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이 운동에 몸소 뛰어들게 되면서, 탈코르셋을 통해 작가 스스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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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 마음의 정치학 / 배병삼 지음 / 사계절

유교 연구자인 배병삼 영산대 교수가 ‘맹자’ 사상의 정수를 찾아가는 역작이다. 전국시대 혼란의 원인을 권력자의 이익 추구에서 찾았던 맹자는 당대에 홀로 인의(仁義)를 말했다. 인간이 마음을 가진 존재이며, 그런 면에서 군주와 인민은 동등한 정치적 주체라는 혁명적인 생각을 펼쳤던 맹자의 정치학은 이후 동아시아 역사에서 혁신과 저항을 위한 사상적 바탕이 됐다. 저자는 유교에 대한 오해가 ‘맹자’의 이해를 방해한다면서 유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반박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이전 본래 유교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주명철 지음 / 여문책

한국서양사학계의 거목 주명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필생의 10부작이 드디어 완간됐다. 2015년 첫 권 ‘대서사의 서막’과 둘째 권 ‘1789’가 나온 이래, 처음 저자가 약속한 대로 한 해 두 권씩 꾸준히 출간돼 마침내 정치외교사, 사회경제사, 대중문화사, 일상생활사, 사상-미디어역사 등 ‘총체적인 혁명사’가 만들어졌다. 서른 해 넘게 이 혁명의 연구에 매진해 온 피와 땀의 정수다. 세계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두루 섭렵하는 동시에 우리 현실에서 비롯한 주체적 관점에서 이 혁명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최초의 역사서다.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작가이자 시민운동가인 저자는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에서 출발해 김 군의 어머니, 사건 담당 노무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 아들을 둔 아버지, 교육·노동 담론에서 배제되는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뷰를 엮었다. 한 사람의 죽음을 규명하고 애도하는 작업에서 나아가, 그와 얽힌 사람들의 삶과 일, 그들이 붙들려 있는 슬픔과 분노, 기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풍경들을 포착한 임진실의 사진이 울림을 증폭시킨다.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저자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아홉 개의 산문에 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해왔다는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슨 의미였기에 꾸준히 다녔으며,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 여행의 의미를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다.


■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지음 / 창비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충분히 겪을 만한 사소한 일상과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 단편소설을 모았다. 카드 포인트로 월급을 받아도 생활을 꾸려나가는 모습, 결혼을 앞두고 친하지 않은 회사 동기 언니에게 청첩장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하는 치열한 고민, 함께 근무했던 직원 사이에 은근하게 흐르는 성적 긴장감과 어긋나는 관계, 갑을 관계로만 바라볼 수 없게 변해가는 고용관계의 단면, 정규직으로는 처음 입사한 청년이 느끼는 설렘과 긴장 등 20·30대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기 쉬운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가 소설로 그려진다.


■ 선정 참여한 출판인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고세규(김영사 대표) 고승철(출판인)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성신(출판평론가) 김소영(문학동네 대표) 김수진(푸른숲 부사장)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인호(바다 대표) 김종길(글담 대표) 김종수(한울 대표) 김태진(다섯수레 대표) 김태희(사계절 총괄팀장) 김한청(다른 대표) 김현종(메디치 대표) 김현지(현대문학 단행본팀장)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 박래선(에이도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양원석(rhk 대표) 염종선(창비 편집이사) 유정연(흐름 대표) 유재건(그린비 대표) 이갑수(궁리 대표)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권우(출판평론가) 이혜진(해냄 편집장) 임병삼(갈라파고스 대표) 장동석(출판평론가) 장미희(아르테 팀장) 장은수(이감문해력연구소 대표)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미현(현암사 대표) 조성웅(유유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이음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편집주간)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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