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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20년 01월 08일(水)
한국정치, 박항서·히딩크에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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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U-22 축구 평가전에 앞서 함께한 박항서(왼쪽) 감독과 거스 히딩크 감독. 뉴시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與野의 동네축구式 총선 전략
새 전술 없이 상대 실수에 의존
지더라도 잘 져야 희망이 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초·중학교 시절엔 교실보다 운동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물론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고 친구들하고 재미 삼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동네 축구나 야구에선 잘하는 것보다는 실수를 적게 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팀 실수를 최대한 줄이면서 상대 팀의 실수를 틈타 이기려 했던 기억이 난다. 전문 코치에게 훈련도 받고 실력을 연마해 이기는 법을 배웠더라면 좋았겠지만 내 수준에선 그랬다.

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초·중학교 시절의 동네 축구, 동네 야구가 떠오른다. 여야 모두 한결같이 실력으로 이기려 하기보다는 상대가 실수하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축구로 치자면 후반전을 막 시작한 현재 여당이 다소 우세하기는 하지만, 기술이나 전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상대가 워낙 실책을 많이 해서 그렇다. 야당은 질 것이 뻔한데도 선수교체나 새로운 작전을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경기 내내 양 팀 다 헛발질만 하다 게임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열혈 팬들은 경기장 밖에까지 나와 맹목적 편들기와 상대편 깎아내리기에 열중이다.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공정한 사회와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염원에 힘입어 힘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적폐 청산이라는 거친 압박 전술에만 매달리다 점수를 낼 기회를 다 놓쳐 버렸다. 경기 초반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작전으로 쉽게 이기는 듯했지만 이마저 막혀버렸다. 오히려 무리한 체력 소모로 인한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제 등 새로운 카드도 선보였지만 어설픈 경기 운영으로 결과는 민망할 정도다. 그럼에도 새로운 용병술이나 전술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좌측 돌파에만 치중하면서 이대로만 가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자칫 상대편의 한 방에 역전을 허용하거나 자살골로 게임을 마칠 가능성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야당은 더 한심하다. 상대 팀의 헛발질에 환호하고 반칙에 항의만 할 뿐, 새로운 기술과 전술로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모습은 없다. 제1야당은 여당과 비슷한 수준의 두꺼운 선수층을 갖고 있음에도, 대안 제시는커녕 시대정신조차 읽지 못한다. 최근 ‘동물국회’에서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나 공수처 설치 문제는 여당의 오만함을 보여줬고, 그 내용과 운용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미래 정치는 분권형으로 가야 하고 검찰과 같은 비대한 권력은 견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대정신이다. 이러한 큰 흐름을 이해했더라면 국회 투표에서 지더라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떳떳하게 판정을 받았어야 했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그렇게 반격의 기회를 노리기는커녕, 여당이 찬 ‘똥볼’을 쫓아다니느라 체력만 소모했을 뿐, 그라운드 전체를 보며 경기를 리드하는 능력은 보이질 않는다. 텅 빈 중원을 공략하기는커녕, 지난 정권에서 옐로, 레드카드 경고를 받았던 선수들을 다시 주요 포지션에 기용해 우측 돌파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팀과 전술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관중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들은 지난번 완패에 대한 반성을 하면서 벤치에서 돕다가 다음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미 한물가서 체력도 기술력도 한계에 봉착했다. 그저 과거의 이름을 걸고 다시 나와 유망한 젊은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도 패배의 지름길이다. 팬들은 외면하는데 ‘왕년’ 타령만 하다가는 팀마저 와해될 수 있다.

새해엔 변해야 한다. 최소한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경기장과 이곳을 가득 메운 관중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스포츠 정신은 보여줘야 한다. 양측 모두 과감하게 새로운 선수도 기용하고 다양한 전략과 전술로 멋진 골을 만들어 내야 한다. 파벌에 얽매이지 않고 유망한 선수를 발굴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을 기억해야 한다. 설사 지더라도 멋진 승부를 펼친다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질 때 잘 져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왜 4강 신화는 외국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히딩크한테 배웠던 박항서는 왜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성공했는지 우리 모두 곱씹어 봐야 한다.

정치는 또래 친구들과 재미 삼아 뛰는 동네 게임이 아니다. 국민도 심심해서 경기장에 나온 구경꾼이 아니다. 아무리 혐오감이 크다 해도 정치는 국민의 삶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한국처럼 일반 국민도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진 나라는 흔치 않다. 3개월 후면 4년마다 열리는 챔피언십 경기가 펼쳐진다. 상대방의 실책에 기대어 어물쩍 이기려는 동네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용병술과 전술로 멋진 승부를 펼치기를 해외 열성 팬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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