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덕분에… 편견을 이겨낼 수 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움의 발견’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가 지난해 5월 3일 미국 노스이스턴대에서 졸업 축사를 하고 있다. 16살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책으로 담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타라 웨스트오버 홈페이지

- 배움의 발견 /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아버지 종교근본주의 고수탓
저자, 16세까지 학교에 못 가
독학으로 17세에 대학 합격

산속의 정적에 익숙한 터라
도시소음 등 생활이 별천지
숱한 우여곡절끝 박사학위

새세상서 어릴적 상처 남아
무너지고 일어서기 반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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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에 관해 저마다의 주관이 있다. 그 주관이라는 것이 대개 ‘선행학습을 해야 하느냐, 학원은 어디가 좋다더라, 인강은 누가 최고’ 등 자녀 성적 올리기에 매몰될 때가 많지만, 어쨌든 교육은 모든 부모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배움의 발견’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의 아버지는 시대를 거스르며 자신의 주관을 고수했다. 미국 아이다호주 벅스피크라는 산골에서 태어난 타라 웨스트오버는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보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공교육은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생각하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다.

학교는 고사하고 일곱 형제 중 밑으로 넷은 아예 ‘출생증명서’도 없었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자녀들을)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럴 일은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타라는 하루 종일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고, 폐철을 모았다. ‘예언자 같은 엄숙한 분위기’의 아버지는 사실상 이 집안의 폭군이었다.

보이지 않는 장막을 걷어낸 것은 셋째 오빠 타일러였다. 잠깐 학교에 다니며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한 대수학의 맛을 잊지 못한 타일러 오빠는 독학 끝에 대학에 입학해 “적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 “폐철 처리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소녀는 오빠가 드문드문 전해주는 세상 소식에 솔깃했다. 독학으로 대입자격시험(ACT)을 공부했지만 아버지는 “주님의 은총을 저버리고 인간의 지식을 천박하게 탐하려고 하는구나”라며 힐난했다. 열여섯 살까지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타라는 열일곱 살 1월 브리검영대에 입학했다. 먼 옛날이야기가 아닌, 2003년의 일이었다.

대학에 들어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산속의 정적에 익숙했던 타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시 소음에 시달렸고, 생소한 룸메이트들의 옷차림, 이를테면 ‘몸에 딱 붙는 흰색 탱크톱’만 입고 집을 활보하는 하우스메이트들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 타라를 사람들은 “이방인”이라고 불렀다.

생활만 별천지가 아니었다. 열여섯 살까지 모르몬교 경전과 성경 외에 별달리 읽은 책이 없던 타라는 ‘공민적 인본주의’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같은 생소한 용어들에 주눅 들었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장발장이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것도 처음 알게 됐다.

대학 생활은 매일이 충격이었다. “신앙심이 아주 깊은 애”라고 하우스메이트 섀넌에게 찍힌(?) 타라는 교회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를 입은 여자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주일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식료품을 사 오는지 또 다른 하우스메이트 매리도 이해할 수 없었다. 타라는 이제까지 ‘일요일에는 껌 한 통 사본 적’ 없고, 주일이 되면 하던 공부도 멈췄다. 근본주의자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관성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타라는 2008년 최우수 학부생상을 받으며 브리검영대를 졸업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은 계속됐고, 케임브리지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인연을 맺은 한 역사학 교수의 주선으로 게이츠 장학금을 받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의 유학길이 열렸다. 하지만 완고한 아버지는 여전히 산속으로 타라를 데려가고 싶어 했다. “네가 미국에 있으면, 우리가 널 데리러 갈 수 있어. 어디에 있든지. 들에 묻힌 지하 탱크에 연료가 4000ℓ나 있으니 종말이 오면 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어. 안전한 곳으로 말이야. 하지만 네가 바다를 건너가 버리면….”

타라는 하버드대 방문연구원을 거쳐 2014년 끝내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사이 타라는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어릴 적 상처를 쉽사리 걷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타라는 500쪽이 넘는 이 회고록에서 수없이 무너지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 옛날의 타라도 자신이며, ‘변화한 자아’를 찾은 타라도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타라는 변화한 자아를 찾기 위한 모든 행위, 스스로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이라고 부른 것들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고 부른다.” ‘배움의 발견’은 한 입지전적 인물의 성공기라고만 볼 수 없는 책이다.

세상은 여전히 편견으로 가득한 공간이며, 그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교육뿐이라는 사실을 ‘배움의 발견’은 여실히 증명한다. 520쪽, 1만8000원.

장동석·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