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韓·美 워킹그룹 패싱” 목청 커져

겉으로는 “주권”내세우지만
워킹그룹 비난하는 北 의식

미국이 연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개별관광이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워킹그룹 패싱’ 주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한·미 간 사전 대북공조 협의체인 워킹그룹 논의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남북 사업은 한국의 주권 사항’ ‘미국의 내정간섭’ 등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상전의 승인을 받는 데 급급해한다”며 워킹그룹을 맹비난해 온 북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북한 바라기’에 대한 미국의 의혹이 더 커지면서 이 문제가 한·미 간 균열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21일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개별관광 3대 방식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과 남북 협력이 보폭을 맞춰서 진행되도록 동맹국과의 조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협력 사업을 논의하는 한·미 간 공식 협의 창구는 ‘워킹그룹’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한·미 간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반면 정부는 이 문제를 워킹그룹 회의에 상정하는 데 부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개별관광을) 워킹그룹에서 이야기해야 할 사안인지 판단을 잘 못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표적인 대북 책사로 꼽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워킹그룹에 대해 “신(新) 총독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거부감을 표했다.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출범한 이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유해 발굴 사업,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지원,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남북 사업에 대한 한·미 간 의견조율 역할을 해왔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를 마련하는 장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런 워킹그룹이 문제가 된 것은 북한이 워킹그룹에 격렬하게 반발하면서부터로,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워킹그룹을 ‘사대매국’ ‘외교의존’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워킹그룹 패싱’ 움직임이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워킹그룹을 건너뛸 경우 한·미 간 균열이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