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2% 저성장 후폭풍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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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장 前 공정거래위원장

평상시 성장률로는 사상 최악
민간 위축과 기업 脫한국 심각
지난해 해외 3천개, 유턴 10개

중추 세대는 早期 은퇴당하고
안정적 일자리 급감 國債 급증
親기업과 생산적 복지가 해법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간신히 2%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저성장은 1990년대 이후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딱 두 번 있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닌 평상시 경제 상황에서 2% 성장은 사실상 처음이니,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과 위기감은 클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몇 년간 추이에서 보듯 성장률이 명백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러는 저성장이 고령화, 생산성 둔화, 불평등 심화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저성장 추세가 급격하고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2700여만 명에 이르는 고용인력의 처지에 정부가 최우선으로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일 뿐이다. 경우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일시적인 복지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생산적 복지다. 과거에는 없던 일자리수석비서관 자리가 청와대에 신설된 것을 보면 현 정부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1년간 취업자 수가 그 전년에 비해 30여만 명 증가했다는 통계를 두고 정부는 정책적 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초단기 근로자인 주당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30여만 명이 늘었다. 신규 취업자의 연령층을 보면 핵심층이라고 할 30대와 40대가 각각 5만여 명과 16만여 명이 줄어든 반면, 주로 임시직과 비정규직이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신규 취업자 수가 37만여 명 늘었다. 제조업 종사자 수 역시 8만여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기간산업인 제조업 분야가 위축되고 있고 경제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하는 연령층이 조기(早期) 은퇴를 경험하고 있으며, 경제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일자리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민간 투자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건설 투자는 물론, 설비 투자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고 있으니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3000여 개의 법인을 세웠지만,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은 단 10개에 그쳤다. 우리 경제에 10% 이상 기여하는 외국 기업들도 제3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한 해 외국인의 직접투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13%나 줄어든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규제 철폐 속도는 더딘데 새로운 규제 법령들이 쏟아지니 투자 환경이 좋아질 수가 없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반(反)기업 정서까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바닥 수준이다. 이 와중에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축인 수출마저 13개월째 역성장하고 있다. 이를 상쇄하려면 가계부문이라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며 전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 성향이 높은 하위 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켜 보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역시 효과가 미미하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부가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며 2년 연속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지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결론적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기업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춤추게 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용을 위한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로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실기한다면 이미 500조 원이 넘어버린 예산 규모가 급증해 국가채무 비율이 조만간 GDP 대비 40%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