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요르단강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연루기업 발표

에어비앤비 등 112개 명단공개
정착촌 사업 불법성 재확인
팔레스타인 “국제법 승리” 환영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요르단강 서안 지구(West Bank)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등에 관계된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알스톰 등 기업 112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 1월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한 반면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은 정착촌 건설·확대의 불법성을 강조한 셈이어서 향후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12일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에 따르면 OHCHR가 이날 발표한 기업 명단에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익스피디아, 트립 어드바이저, 알스톰, 이지스, 모토로라 솔루션스, 제너럴밀스 등 유명 글로벌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경우 2018년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서비스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으나 이스라엘계 미국인 주택소유주들이 소송을 내자 입장을 번복했다. 대신 에어비앤비는 해당 지역에서 얻는 이익 전부를 인도적 지원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기업 가운데 94곳은 본사가 이스라엘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18개 기업은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6개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OHCHR는 이스라엘 정착촌 관련 기업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이들 기업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OHCHR는 “유엔 내 워킹그룹에 자문했고 수많은 국가와 사회단체, 싱크탱크는 물론 해당 기업과도 폭넓은 논의를 거쳤다”며 “보고서는 해당 활동의 법적 특성이나 그에 대한 기업체 관여 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안다”면서도 “사실에 근거한 이 보고서가 전례 없고 매우 복잡한 임무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반영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 발표는 2016년 유엔인권이사회가 요르단강 서안 등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결의한 데 따른 것으로 3년 전 발표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뒤늦게 발표됐다.

앞서 유엔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에 따른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했으나 이스라엘은 해당 지역에 140여개 정착촌을 세웠다.

이스라엘 정착촌 관련 기업 명단이 공개되자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리아드 알말키 외교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제법의 승리”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공개된 명단이 반이스라엘 국제운동인 ‘BDS(불매·투자철회·제재)’에 악용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스라엘의 카츠 외교장관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이스라엘을 해치기를 바라는 국가와 단체들의 압력에 수치스럽게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주권 인정 방침에 고무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월 총선 이후 140여 곳에 달하는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