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남편이 준비한 청약통장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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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30)·이가인(여·30) 부부

저(가인)와 재헌 씨가 부부가 될 수 있었던 건 청약통장 덕분입니다. 청약통장에 재헌 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재헌 씨는 지역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재헌 씨가 제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동호회 사람들과의 첫 술자리 때입니다. 전 술을 잘 못 마셔요. 술자리가 있으면 항상 일찍 자리를 뜨는 편입니다.

그날도 역시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재헌 씨였죠.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 전전긍긍했을, 그 마음이 고맙고 귀여웠습니다. 그때 눈치챘죠. 그 후로 저희는 단체 메시지가 아닌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제게 더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재헌 씨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연애를 시작했어요. 재헌 씨는 연애 기간 내내 ‘일찍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그 문제로 다툼이 잦았죠. 저는 결혼 생각이 없었거든요.

결혼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신혼집도 문제고요. 재헌 씨를 현실감각이 없고 철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희는 모아둔 돈이 없었거든요.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재헌 씨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 앞에 통장을 내놓더라고요. “너와 결혼하고 싶어서 연애 시작 일부터 지금까지 돈을 부었다”면서요. 통장 개설 일자를 보니 2015년 10월 18일. 저희가 연애를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300만 원이 조금 넘는, 결혼 비용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금액이지만 재헌 씨 진심이 느껴졌어요.

저희는 2018년 11월 11일 결혼했어요. 발품을 많이 팔아 결혼식 비용을 줄였고, 정부 지원 임대주택을 얻어 집 문제도 해결했어요. 앞으로도 ‘둘이면 못 할 것 없는 부부’로 쭉 살아가고 싶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