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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2일(木)
그림속 동물들의 ‘인간 풍자’… 생명의 의미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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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그림사전 / 권정민 글·그림 / 문학과지성사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2020년은 지구의 날을 제정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70년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1990년부터 세계가 함께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2016년 지구의 날에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파리 협정의 서명식이 열리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해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다른 생명을 인간과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추상적인 선언도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만나면 여전히 저항에 직면한다. 현재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가장 필사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은 세계 각국의 아동청소년 활동가들이다. 그들은 인간행동양식의 변화 없이 미래는 없다고 간절히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돌아오는 50주년 지구의 날은 거의 모든 국가의 시민들이 신종 바이러스와 대결하며 침통함 속에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권정민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은 평온하게 책을 펼쳤다가 낯설고 서늘한 감각과 감정을 겪게 되는 그림책이다. 사전 형식이기 때문에 장면마다 하나의 낱말을 설명하는 글이 왼편에 있고 그림은 오른편에 있다. 습관처럼 글만 읽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 눈길을 그림으로 돌리는 순간 이 글의 초점 화자가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때부터 독자는 아찔한 기분을 느낀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 감정은 짙어지며 마지막 장을 읽을 때쯤에는 내 존재가 다른 생명의 수단이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포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여러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특히 마네의 그림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패러디한 장면은 조용하게 독자를 압도한다. “연구-대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라는 사전적 정의 옆에서 실험실습실의 새장에 가둬진 인간들을 선하고 지적인 눈으로 관찰하는 새 학자를 보는 순간 비명을 참게 된다. 권 작가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전달하는 감정의 밀도가 높다. 그는 전작인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보림·2016)로 도시에 내려온 멧돼지의 비애를 그렸고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문학동네·2019)에서 인간의 가까운 동료이자 관찰자인 식물들의 목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레오 딜런, 다이앤 딜런의 그림이 지닌 유머러스한 풍자가 느껴지는 그림이지만 글은 한결 침착하다. 무엇보다 과감한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힘이 상당하다. 이 작가가 한때 동물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 읽으면 고요한 그림 구석구석이 다시 보인다. 그 어느 시기보다 두려움 속에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는 중인 지구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40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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