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이라크·UAE “美도 원유 감산 동참하라” 강공

‘OPEC+’ 외 산유국 참가 요청
美, 관세카드로 압박작전 집중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자 세계 6·7위 산유국인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유가폭락을 막기 위해 감산 합의가 성사될 경우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도 동참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셰일오일산업 보호를 위해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에 1000만 배럴 이상 감산을 요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감산 동참보다는 관세카드를 내세운 압박작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5일 S&P글로벌 등에 따르면 타미르 알가드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새 감산 합의는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 회의체) 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도 지지해야 한다”며 “OPEC+ 내부든 외부든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며 그들 모두는 배를 새로운 감산 합의를 통해 (석유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뭍으로 가져가기 위해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OPEC+ 소속 일부 산유국 석유장관과 통화한 뒤 오는 9일 OPEC+ 회의에서의 감산 합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수하일 모하메드 알마즈루이 UAE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OPEC+뿐 아니라 모든 산유국의 조화롭고 일치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산 합의가 성사된다면 모든 산유국이 원유시장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신속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OPEC+가 감산 협상에 나서지만 일부 산유국이 미국 등의 적극 감산 참여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대규모 감산 합의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미국이 감산 참여 요청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OPEC+ 참여국들이 유가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3년간 감산을 이어온 반면 미국은 제한 없이 셰일오일을 증산해 최대 산유국까지 등극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는 감산에 동참하기보다는 관세카드 등을 내세워 산유국들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저유가로 미국 에너지업계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수입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이 요청한 일일 1000만 배럴 감산은 세계 2·3위 산유국인 사우디, 러시아가 생산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할 정도로 대규모여서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 캐나다 등의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이미 OPEC+가 감산에 합의할 경우 자체 감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OPEC+는 사우디 요청으로 6일 감산 합의를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9일로 회의 일자를 미뤘다.

한편 OPEC+ 회의 연기 등 감산 합의 무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5일 뉴욕증권거래소(NYMEX) 시간 외 거래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 초반 전거래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배럴당 25.28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