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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7일(火)
감염병 차단 ‘질병 수사관’… 130명 활동하지만 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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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바이러스와 세균 같은 병원체를 추적하는 역학조사관 활동이 공중보건의 중대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방호복을 입은 경기도 소속 역학조사관이 역학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과천시에 위치한 신천지예수교회 건물로 진입하는 모습. 연합뉴스
■ ‘코로나 방역 최전선’ 역학조사관

사법경찰권 지녀 카드·휴대전화·GPS로 ‘동선’ 추적 가능

환자 발생 24시간내 조사 목표
현장 출동 6시간내 조치해야
조사 거부땐 압수 영장 신청

1999년 1호 조사관 19명 선발
신종플루·메르스 이후 부각
코로나로 지자체 긴급 충원도

병원 최저급보다 연봉 낮아
2년 계약직… 의사 지원 기피
평시 식중독·환경성질환 조사


“누구와 접촉했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역학조사관에게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세균, 미생물 등 병원성 감염체를 추적하는 역학조사관의 업무 결과에 따라 사회의 안전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외국에서 흔히 질병수사관(disease detectives) 또는 감염병 소방수로 불리는 이들이 바이러스 추적에 성공할 경우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줄어들고, 실패하면 대량 사망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병원체 입장에서 보면 역학조사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피해야 생존과 번식이 보장된다. 역학조사관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는 만큼 외롭고 힘든 직업이다. 또 감염의 최일선에 노출돼 있다. 미국에서는 인기 전문직종이지만 한국에서는 ‘돈 잘 버는 의사’의 그늘에 가려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공중보건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직업인보다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역학조사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1. 역학조사관이란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의 원인과 특성을 찾아내 감염병 유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밝히는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국가·지방 공무원이다. 1999년 7월 공중보건의를 대상으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교육과정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환자가 발열, 기침 등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전후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접촉자를 조사해 의심 환자들을 격리시켜 2·3차 감염을 차단하는 업무를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역학조사관의 법적 정의는 감염병 역학조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임명된 자다. 감염병 발생 시에는 역학조사 실시와 환자 치료 및 격리·접촉자에 대한 감염 관리 등 중요 업무를 수행하고, 평상시에는 감염병 관련 역학 연구와 관련 정책 제안 및 사업을 수행한다.

2. 코로나19 관련, 구체적인 업무는

역학조사관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자 가장 먼저 수행하는 업무는 관련 병원에 공문을 보내는 일이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기초역학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 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에 요청해야 하는데, 이때 질병관리본부의 공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확진자의 진술을 기반으로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의 CCTV나 카드 결제기, 스마트폰과 자동차 GPS 기록을 확인하면서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한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급 감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관들은 이 같은 과정을 거의 24시간 반복한다. 이런 과정에서 동선과 접촉자를 공개하길 꺼리는 확진자의 허위 진술을 가려내거나, 확진자의 ‘항의’를 감당하는 일이 역학조사관의 업무로 돌아오기도 한다. 역학조사관은 환자 발생 24시간 이내 조사 완료를 목표로 한다. 24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는 이미 대부분 현장에서 도주한다. 따라서 현장에 출동하면 6시간 이내에 조치가 이뤄진다. 24시간 이내에 현장대응을 할 수 있도록 10명 이상, 적게는 5명이 출동해 조사평가·계획수립·점검을 반복한다.

3. 사법경찰권으로 카드 등 추적

일반 공무원이면서 특정 분야의 고발권과 수사권을 갖는 경우 ‘특별사법경찰’로 분류되며, 의료법 관련 단속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역학조사관에게도 지난 2017년 12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법경찰권이 부여됐다. 감염병 조사에 관한 역학조사관의 사법경찰권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76조의2 정보 제공 요청 및 정보 확인 등) 등에 따른다. 무허가 고위험 병원체 반입, 역학조사 거부, 예방접종증명서 거짓 발급 등의 단속 때도 역학조사관의 경찰권을 발동할 수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 단속을 실시하며 특별사법경찰은 조사, 수색, 압수, 영장 신청 등 경찰과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다. 역학조사관의 경찰권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필요성이 더 부각됐다.

4. 국내 1호 누구? 부족하지 않나?

한국의 역학조사관 제도는 1999년 신종·재출현 전염병 대비 정책연구로 ‘전염병 전문가 양성 및 전염병 관리요원의 개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 공중보건의사 중 19명을 선발해 2주간의 기본 교육 후 국립보건원 및 각 시·도에 배치하고, 1년간 감염병 유행 역학조사에 역학전문가로 활동하도록 했다. 이렇게 시작된 역학조사관 제도는 2009년 신종플루(H1N1) 대유행과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법 개정에 따라 그 수가 지난 1월 31일 기준 13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역학조사관 긴급 충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한 대구는 기존 3명이었던 역학조사관을 시급히 지원받아 지난달 기준 12명이 지자체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4일 민간역학조사관 등 59명을 추가 임명해 총 87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5. 의사들 지원 기피한다는데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가 중앙역학조사관 신규채용을 진행한 결과, 9명 모집에 26명이 지원했다. 역학조사관은 지원 기준에 따라 가·나·다급으로 분류되며, 의사 경력 4년 이상이 지원할 수 있는 ‘가급’지원자는 4명 모집에 1명뿐이었다. 이마저도 당초 지원 기준은 의사 경력 6년 이상이었으나 지원자가 없을 것을 우려해 인사혁신처 협의를 거쳐 지원 기준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나급 지원 기준은 보건학·의학·간호학·수의학·약학 등 보건의학 석사 이상이면서 2년 이상 관련 분야 종사자거나 박사학위 소지자, 다급은 관련 분야 학사 이상이면서 2년 이상 종사자거나 석사학위 소지자다. 그러나 일정 수준 경력을 갖춘 의사가 지원하는 가급 역학조사관의 경우, 민간의 관련 분야 종사자보다 낮은 대우 때문에 이처럼 지원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학조사관의 연봉 하한액은 6100만 원으로 비슷한 경력의 공무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높고 경력에 따라 1억1000만 원 이상을 받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억 원 이상의 연봉이라고 해도, 민간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최저급 연봉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상당수가 2년 계약직이라는 점도 기피현상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6. 자격과 배출 및 교육 과정은

역학조사관은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 의료인 △그 밖에 약사·수의사 등 감염병·역학 관련 분야 전문가 중에서 임명한다. 역학조사관은 가·나·다급으로 나뉘어 있다. 가급 역학조사관은 의사 면허증 소지 후 의료기관·정부기관·기업체·실험실·학계 등에서 4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한 경력자가 대상이다.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는 2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의무적으로 두고, 그중 한 명은 의사로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봉 하한액은 6106만 원 수준으로, 의사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가급 역학조사관 대부분이 공중보건의로 채워지고 있다. 나·다급 역학조사관은 의사 자격이 없어도 임용할 수 있다. 나급은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자나 석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경력이 있는 경우, 또는 6급 이상인 공무원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다급은 관련 분야 석사학위 취득자나, 학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경력이 있는 경우, 또는 7급 이상 공무원이 지원할 수 있다. 역학조사관은 2년간의 현장 중심 직무 훈련기간 동안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중에서 임명된다. 기본교육 1회(3주)와 지속교육 6회(각 3일)를 이수하고, 보고서 작성, 논문 학술지 게재 등의 학술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7. 팬데믹 상황 말고 평상시 업무는

역학조사관은 대규모 감염병 유행 시 감염경로, 감염환자의 동선 파악 등의 역할을 하며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위기 시 이 같은 역할을 해내기 위해 역학조사관들은 평상시에도 감염원 파악 등의 업무를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더해, 관련 연구와 훈련, 학술 활동 등을 병행한다. 평상시 역학조사관은 역학조사 계획 수립 및 수행, 결과보고, 역학조사 실시 기준 및 방법의 개발, 역학조사 기술지도 및 교육훈련, 감염병 관련 역학연구 진행, 감염병 관리 및 대응관련 정책 제안 및 사업 수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 대규모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평시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 환경성 질환, 병원 의료감염 같은 다양한 질병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역학조사관의 일상적 역할이다.

8. 미국 EIS와 6·25전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51년 역학조사관(EIS·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시 6·25전쟁 기간에 생물학 공격 위험이 부각되자 미국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공중 보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1955년 소아마비,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 1981년 에이즈,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등 세계 주요 전염병 발생 시 이들이 현장 파견돼 조사를 벌였다. 2년 과정의 프로그램에는 매년 500여 명의 미국과 해외 보건 전문가가 지원하는데 이 중 70명 정도만 최종 선발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들은 2년 동안 CDC 본부와 지역 정부 등의 현장에서 전염병 등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문제를 다룬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년간 CDC에 고용돼 임금을 받으며, 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최정예 질병 전문가로 인정돼 CDC는 물론 지방정부나, 민간 기관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뉴욕시는 현재 50명이었던 역학조사관을 150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300만 달러인 관련 예산에 590만 달러를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EIS가 2018년(65명)과 2019년(65명)에 뽑은 130명의 역학조사관은 CDC 본부와 지부에서 89명, 주 복지부에서 31명, 시·카운티에서 8명, 카운티 등에서 2명이 각각 근무 중이다.

9. 유럽·남미·일본의 역학조사관은

유럽연합(EU)은 26개국 회원국과 영국이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의 역학조사관 양성 프로그램에 동시에 참여한다. EU 국가 내에서 감염 질환 감시를 강화하고 회원국 간 표준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ECDC는 역학조사관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현장조사와 통제를 통해 EU가 공동으로 질병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ECDC에서 430명의 역학조사관이 배출됐고 이들은 교육 기간에 자신의 국적과 다른 회원국에 배정돼 훈련을 받았다. 2001년 역학조사관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한 중국에선 현재까지 356명의 조사관을 배출했다. 그 밖에 각국에서 활동하는 역학조사관 수는 브라질 997명, 호주 217명, 캐나다 192명, 일본 74명 등이다.

10. 역학조사관의 미래

세계보건기구(WHO)는 약 2년 전에 미지의 위협으로 ‘질병X’를 꼽았다. 신종 바이러스가 새로운 감염병을 몰고 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WHO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19처럼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에 몰아넣을 고위험성 바이러스 수는 현재 수백 종이 존재하지만, 백신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대규모 감염 사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바이러스의 뒤를 쫓는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국가로는 대만이 손꼽힌다. 4월 6일 기준으로 확진자 363명, 사망자는 5명뿐이다. 대만의 1등 방역은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 출신인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의 진두지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천젠런 부총통의 인기는 최근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앞으로 바이러스의 습격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학조사관은 사회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역학조사관들에 대한 수요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선형·김성훈 기자, 워싱턴=김석 특파원
e-mail 정선형 기자 / 사회부  정선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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