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巨與 시대>“거대 여당, 의석만 믿고 밀어붙이면 모든 잘못이 與책임 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봄비 내리는 청와대 봄비가 내린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출근길 시민들 뒤로 청와대 본관이 보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 ① 與·野·靑 협치

전문가들 “여권 폭주는 금물
野 끌어안고 협치 자세 취해야
국론 통합하고 코로나 극복”

“북유럽처럼 ‘합의’존중해야
정책 결정할때 야당 부르고
전경련·노조까지 불러야”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합계 180석을 얻어 초거대 여당이 탄생함에 따라,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헌법개정 정도를 제외하고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의회에서 사실상의 일당 독재가 가능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여권이 권력에 취해 폭주하지 말고, 오히려 야당을 끌어안고 협의하는 자세를 취해야 국론을 통합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가져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17일 “여권이 행정권력과 사법권력에 이어 입법권력까지 다 장악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야권으로부터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기 더 쉬워졌다”며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 전보다 훨씬 더 조심하고, 야당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여야 협의체든 뭐든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여당 지도부부터 야당에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거대 여당이 오만하게 나가다가는 당장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스웨덴이나 북유럽 정치를 보면 모든 의사결정은 합의를 존중해서 한다”며 “정책을 결정할 때 야당도 부르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부르고, 노조도 불러서 가는 게 옳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지금 코로나19로 다가올 위기는 지금까지 있었던 사태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밀어붙이기’로 정국을 풀어나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여러 사람을 많이 앉혀놓고 협치, 상생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180석을 얻었지만 어느 순간에 여론이 확 돌아서서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한쪽이 압승하면 ‘기대 범람’ 효과가 발생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예산도 무시하고 지지자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독주 행태가 벌어지는 혼돈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런 포퓰리즘 정권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도 오히려 야당과 협력함으로써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 소장은 “요구가 쏟아지더라도 야당 핑계를 대면서 적절히 거절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여당 지도부도 친문(친문재인) 일변도가 아니라 온건한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수적 우위에 있다고 해서 표결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을 피하고, 야당과 함께 갈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야당도 지난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여당이고, 국회에 정당이 사실상 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분명하게 떠오를 수 있는 구조”라며 “여당은 책임을 느끼고 야당, 언론과 충분히 소통하는 국정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여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단계가 됐다. 더 이상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며 “이제는 정말 최고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해서 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이념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시장이 돌고 공장이 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처럼 추상적인 정치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며 “효과가 안 나타나면 정책도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집권당이 청와대 직할체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여당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갖고, 야당도 국가가 위기를 극복할 만한 힘을 주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송유근·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