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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27일(月)
조화 들고 몇 번이나 다녀가면 당신 곁으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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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1945~2013)

연희 아빠! 이젠 계절이 봄의 한가운데로 들어와서 봄꽃들도 만개를 지나 초록 잎들이 무성히 돋아나는 그런 날들이네요. 금년도 꽃구경은 얼마 전 친구랑 같이 석천호수에 가서 실컷 했어요. 그 친구는 1년 반쯤 전 남편을 떠나보냈고, 나이도 나와 동갑이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됐어요. 남편만 의지하고 살아왔던 그는 남편이 갑자기 떠나자 아직도 ‘멘붕’ 상태라고 말해요.

저는 당신을 생각하며 그를 위로합니다. 당신이 떠난 지 6년여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 상실의 아픔을 잘 아니까요. 최근에는 내 꿈속에서 그들 내외가 두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걸 봤답니다. 흐뭇해서 얼른 그 친구에게 얘기를 전해 줬더니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연희 아빠. 당신에게 줄 조화를 사 들고 가서 꽃을 갈아 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이곳을 다녀가면, 당신 곁으로 가게 될까?’하는 생각. 어제 아침에는, 무심코 커피를 타려고 싱크대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내 눈에 띈 스테인리스 찬합, 밥통을 보고는 새삼스레 갑자기 밀려오는 허전함에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한때는 수없이 사용했던 그 그릇들이 이제는 아무런 쓸모도 없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어요. 이 물건들을 보며 어쩜 나는 그 그릇들과 함께 기억되는 추억들 때문에 영원히 이것들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연희 아빠. 떠난 사람은 잊으라는 말이 있지만 난 그 얘기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에 대한 생각이 나를 아프게 하고, 때로는 나를 주저앉게 한다 해도 내가 살아가는 전 과정이 당신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니까요. 난 당신과 이별 인사를 한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연희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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