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씁쓸한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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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원 57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7%는 ‘최근 1∼2년 사이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사기가 올랐다’는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교권이 잘 보호되느냐’는 질문에도 61%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에는 1만3000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다. 교사·학부모·학생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을 차라리 없애달라는 것이다. ‘스승의 날’ 폐지가 힘들면 ‘교육의 날’로 바꾸자고 한다.

오는 15일이 스승의 날이다.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기념일로 정했으나 1973년 사은 행사를 규제하면서 폐지됐다가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부활하면서 법정기념일이 됐다. 제자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 작은 선물을 하곤 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다시 스승의 날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번졌다. 학생과 교사 간에 사제의 정을 나누는 대신 체육대회를 열거나 아예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일로 지정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약 900개의 학교가 휴업을 했다.

율곡 이이의 ‘학교모범’에는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선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웃을 일이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서는 안 되며,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성균관 ‘학칙’에도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서 있어야 하고, 말을 타고 가거든 몸을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승을 공경하자는 의미지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이고, 이젠 폭행당하는 교사도 늘고 있다.

교육계에선 법정기념일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욕의 날’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나마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감사인사를 전할 처지에 놓였다. 스승의 역할이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지혜와 인성의 훈육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이런 달라지는 세태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