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차별의 원인이 아닌 차별이 낳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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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0-05-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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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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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교양인

책 제목을 보면 ‘견’ 자가 옆으로 뒤집혀 있다. 독자의 선입견을 깨기 위한 편집으로 짐작된다. 내지에도 같은 방식으로 제목이 쓰여 있는데, 다음 페이지에 얼비치는 것을 보면 ‘견’ 자는 제대로 쓰여 있는 대신에 ‘편’ 자가 옆으로 뒤집혀 있다. 이쪽에서의 사실이 다른 쪽에선 달라진 것이다. 편집자가 이것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퍽 흥미로운 상징이다.

저자 고든 올포트는 성격 심리학 분야 선구자로, 인간 편견의 본질을 알면 그 파괴성을 통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이 책을 썼다. 1954년 초판이 나온 이후 현대의 고전으로 불릴 만큼 후학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책은 25주년 기념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한국에서 완역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올포트가 하버드대에 재직하며 연구 활동을 했던 만큼 미국 사례가 많이 나오지만, 세계 각국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이렇게 소개했다. “2020년 현재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분석 틀과 관점으로도 손색이 없다. 인종 차별, 여성 혐오, 성 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외국인과 이주자에 대한 혐오까지….”

편견(Prejudice)은 잘못된 일반화에 근거해 어떤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해 지니는 적대적 태도와 감정이다. 충분한 근거 없이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우호적 편견도 있긴 하다. 그러나 흔히 편견이라고 할 때는 부정적 감정을 의미한다.

인간은 자신이 마주칠 개인, 집단, 상황에 대해 예단하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정상적 ‘범주화 경향’인데, 문제는 잘못된 일반화로 인해 편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흑인은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지능이 낮으며 본성이 게으르다는 편견이 대표적 사례이다. 올포트는 이 같은 특성이 차별의 원인이 아니라 차별의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보자고 한다.

지독한 편견을 지닌 사람들도 흔히 “나는 편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 존재라고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 몇몇은 유대인이야. 하지만…”이라며 유대인이 차별을 받을 만한 존재임을 합리화한다.

올포트는 책의 뒷부분에서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그에 따르면, 차별을 규제하는 입법 조치가 꾸준히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입법 강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반론도 있으나, 법 시행으로 사회적 관행이 개선되는 사례가 세계 각국에 많다는 것이다. 소수 인종과 민족이 특정 지역 거주를 벗어나 다른 집단과 꾸준히 접촉하면, 집단 간 적대감이 줄어든다는 것도 분명하다. 저자는 또 영화, 소설, 드라마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한다. 매체를 통한 대리체험이 소수 집단과의 동일시를 유발하기 때문인데, 학교 현장에서 이를 통해 편견을 줄이는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840쪽, 3만6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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