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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5월 21일(木)
매혹적 스토리… 뇌과학부터 이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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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이야기의 탄생 /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흐름출판

기자·소설가로 이름 알린 저자
뇌과학·문학 ‘이종교배’ 통해
대중에 통하는 창작비법 탐구

“플롯 강조하는 글쓰기는 틀려
캐릭터에 집중해야 오감 자극
스크루지같이 결함 많은 인물
그 결함 깨고 극복하면 대성공”


어떻게 하면 독자와 관객을 사로잡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는 소설가든, 시나리오 작가든, 게임 개발업자든 모든 창작자의 영원한 숙제다.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는 책 ‘이야기의 탄생’에서 그 비밀의 문을 풀 열쇠로 뇌과학을 제시한다. 원제가 ‘스토리텔링의 과학(The science of storytelling)’인 데서 알 수 있듯, 문학과 뇌과학의 이종교배를 통해 매혹적인 스토리에 담긴 마법을 밝혀내기를 시도한다.

좋은 문학 작품을 쓰려면 과학, 그중에서도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다소 낯선 처방을 내린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야기 창작 이론가들이 서사에 관해 설명하는 몇 가지 개념이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우리의 뇌와 마음에 관해 연구한 내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가와 과학자가 전혀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 깨달음은 작가들에겐 지름길, 그것도 목표점으로 직행하는 고속도로를 발견한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이제 독자의 뇌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를 갖춰 이야기를 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품 속 인물을 창조하는 작가들에겐 또 하나의 이점이 있다. 현실 속 인간은 자신의 결함을 보지 못하거나 못 본 체하지만, 작가는 마치 신의 지위에 오른 것처럼 작품 속 인물의 결함을 알고 있다. 자신의 결함을 깨닫고 바로잡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인물을 볼 때 독자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저자의 두 번째 낯선 처방이 나온다. 플롯(plot)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글쓰기 가이드와 달리 인물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성공적인 이야기나 신화를 비교해 공통 요소를 추려내고, 이 과정에서 공통되는 플롯을 찾아내는 기존 접근법은 가볍고 단조로운 스토리를 낳는 주범으로 인식된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이 누구인지 분명하고 정교하게 파악할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모호하면 결과적으로 모호한 인물과 상투적인 이야기만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풍성하고 진실하며 서사적 놀라움이 가득한 인물’을 창조하려면 이 인물이 누구이고, 어떻게 상처를 입었고, 플롯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지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흥미로운 이야기의 인물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데, ‘신성한 결함’이 대표적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작품 속 인물도 신성하게 여기는 것,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인간은 불합리에 빠지는 결함을 노출한다. 결함은 정체성과 직결되는 만큼 자신은 고치려 들지 않지만, 결국에는 이를 바로잡는 인물이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처럼 불합리한 결함이 큰 인물일수록, 일단 변화할 경우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활시위를 많이 당길수록 서사의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간다.”

인물에 대한 탄탄한 사전 탐구 다음은 플롯이다. 1막이나 도입부에서는 ‘발화점’을 배치해야 한다. 이는 사건이 인물에게 일어나는 순간, 즉 인물의 결함 있는 신념을 깨트리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런 사건은 인물을 자극하고, 독자나 관객 역시 심상찮은 일이 일어날 것을 감지해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 사건’도 중요하다. 이는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고 변화하게 만드는 사건, 즉 도전에 직면한 ‘신성한 결함’을 깨트리는 사건이다. 작품의 막바지에서는 ‘극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 최고조의 위기를 맞은 주인공(인물)이 기존의 ‘신성한 결함’을 붙들고 늘어질지, 이를 깨트리고 보다 나은 단계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단계다. 스크루지 영감의 경우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 이상 냉혹한 구두쇠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됐다. 저자는 성공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작가는 “유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독자의 뇌를 사로잡고 조작할 수 있는 악기를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압권은 부록이다. 마치 글쓰기 워크북을 연상케 한다. ‘신성한 결함의 접근법’이라는 제목의, 자신이 개발한 작법을 제시함으로써 수강생들이 플롯과 주인공을 연결짓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나는 특히 작가들의 관심을 원한다”는 저자의 소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저자의 성공과 별개로 매혹적인 스토리의 비밀이 뇌과학에 있다는 결론은 어떤 이에겐 두려움을 자아낼 만하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세상이 열린 이상, 뇌과학 분석 면에서 인간이 인공지능(AI)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작품 분석 결과가 인용돼 있다. 언젠가 인간의 뇌를 매혹하는 코드를 인간보다도 더 잘 분석하는 AI가 출현하고, 인간들은 AI가 쏟아내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상황이라면 인간은 어떻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할까. 336쪽, 1만6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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